경제·금융

"수출입銀 뭣하러 있나"

"수출입銀 뭣하러 있나" 15년간 해외건설 지원 '단1건'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건설공사 자금지원'제도가 사문화(死文化)해 가뜩이나 어려운 해외건설업계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최근 고유가로 달러가 풍부해진 중동국가들이 발주하는 각종 공사를 눈앞에 두고도 지원제도의 미비로 입찰참여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24일 수출입은행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해외건설공사에 관한 자금지원 지침'를 통한 건설업체 대출 실적은 1985년 제도가 마련된 이래 지금까지 15년간 단 1건(400만달러)에 그쳤다. 이처럼 대출실적이 저조한 것은 해외 공사금액의 10% 선에 불과한 `국내 소요분(국내인건비, 국산기자재 구입비)'에만 대출하도록 돼있고 정작 큰 부분인 `현지 소요분(발주국 현지의 인건비, 기자재 구입비)'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돼있기 때문이다. 전체 공사비용이 100원일 경우, 수출입은행에서 최대로 대출가능한 금액은 12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체들이 코끼리 비스켓에 불과한 정도의 지원금액만 갖고 해외건설 수주에 뛰어들어 봤자 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대출 신청을 기피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건설업체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국책은행까지 대출창구를 닫으면 해외공사를 아예 포기하라는 말이냐”고 강조했다. H건설 관계자는 “중동지역의 올해 신규공사 발주 예상액이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오일 달러를 이용한 대형공사 발주가 급증하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의 대출기피로 `강 건너 불 구경'하는 꼴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지인력 고용 등으로 외국에 흘러 갈 돈(현지 소요분)을 지원해 줄 이유가 없고 또 대부분 건설업체들의 재무구조가 부실한 상태에서 대출을 엄격히 제한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현지 소요분은 나중에 발주처로부터 다시 받는 자금이고 발주처가 정부인 만큼 회수에 어려움도 없다”며 “업체의 경영상태가 아닌 개별 공사의 사업성을 따져 자금 지원폭을 늘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2000/10/26 08:50 ◀ 이전화면

관련기사



진성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