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갑을관계 파트너십으로 넘자


갑을 관계는 계약서상에서 표현되는 말이지만 통상 거래상의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의미한다. 이러한 갑을 관계가 고착화되면 강자인 갑은 힘의 불균형 속에서 늘 자기 방식대로 계약을 체결하고 역할 분담을 하며 일방적인 의사소통으로 약자의 의견을 차단시키고 자사의 목표 달성을 위해 밀어내기나 거래 당사자 늘리기나 바꾸기 등을 하게 되며 의사결정도 관료화되고 그에 따라 약자인 을의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위축시킨다. 을의 힘은 더욱 약화되고 끊임없이 단기적인 업적 압박에 시달리며 관계의 종료를 항상 걱정하게 된다.

강약관계 고착 서로에게 피해입혀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약자인 을은 힘의 균형적 시도나 동반자로서 관계를 주장하면 받게 되는 불이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불균형을 인정하게 되고 혹은 다른 거래 대안을 찾는 등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으며 약자들 간의 연합을 모색하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의 발달로 이들의 연합 활동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갑을 관계를 발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갑을 관계 당사자들은 강자인 갑을 중심으로 윈윈 파트너십, 즉 함께 파이를 키워 함께 나누는 파트너십 마인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파트너인 을의 선택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하며 거래 파트너와의 계약은 공정한 절차와 쌍방 합의하에 이뤄져야 하고 필요시 정부에서 표준계약서 작성을 권유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갑과 을은 모두 계약 내용은 물론 구두나 비공식적인 약속이나 보증도 반드시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보다 구체적인 상도의나 윤리 강령을 마련하고 준수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규정대로 문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규제나 강령은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관이자 문화로 승화돼야 하며 상호 거래하는 모든 경로 구성원에게 공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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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계약의 이행과 공동 거래 활동을 위해 상호 간 끊임없는 소통과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소통 창구를 열어놓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공식적 창구는 물론 긍정적인 비공식적 창구도 열어놓아야 하며 서로가 경청하는 자세로, 그리고 때로는 협상을 통해 공동으로 문제 해결과 갈등 해소에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을에 대해서는 갑은 그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몰입을 배가시키기 위해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주고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면서 자사의 조직과 같은 공동운명체로서 대우하고 배려해야 한다.

공동 운명체로 생각하고 협력해야

상호 간 파트너십을 유지하다보면 상호 간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대규모 업체들은 매출 성장이나 시장 점유율 증대가 중요한 데 비해 약자인 소규모 업체들은 이익과 자기 노하우의 보존과 발전이 더 중요할 수가 있다. 이러한 사업 목표의 차이와 함께 역할 분담이나 시장이나 경쟁자에 대한 인식에서도 의견의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을 사전에 예비하거나 발생 시 해소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정책 조정자나 헬퍼 제도, 다양한 거래 관련 협의회, 각종 협회 공동 참여, 역할 교류제, 자체 조정 및 중재위원회 등을 마련해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제 갑을 관계는 상호 파트너십 관계로 발전돼야 하며 강자는 맞춤형 리더십과 갈등 관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해 전 경로 구성원들의 힘과 자원을 통합시키는 경로 리더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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