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하반기중 통화관리가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되 연말이 가까워지면 정책기조를 긴축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는 통화를 아무리 신규 공급해도 관리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통화가 늘어나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용경색 현상과 저소비 대신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는 조짐이어서 자칫 통화팽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한은은 특히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흑자로 인한 외환부문의 통화증발 압력을 주시하고 있다. 지난 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는 외환부문의 통화증발 압력을 회피하기 위해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시중유동성을 흡수해나가기로 했다.
하반기 경제운용에 한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안은 크게 세 가지. 환율 안정과 외환 수급, 통화수위조절 등이다.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면서 과도한 환율절상 압력에 대처하고 외환부문의 통화증발 압력도 억제한다는게 한은의 정책목표다.
이에 따라 한은은 당분간 달러를 시장에서 매입해 외환보유고를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보유외환도 늘리고 환율 급락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통화증발압력은 통화채나 환매채(RP)로 흡수해나갈 방침이다. 통화채발행 과다라는 부담을 안고서도 세가지 정책목표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지금까지 잠자고 있던 민간부문에서 자금수요가 본격화할 경우 통화수위가 올라가고 물가와 금리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연말쯤이면 이같은 부담이 현실로 나타나 내년부터는 인플레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철환(全哲煥) 총재가 최근 2~3년정도의 중기 인플레 목표를 설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내년 이후의 물가관리부담을 분산시키겠다는 정책의지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인플레 조짐을 보일 경우 긴축기조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한은으로서는 사전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서서히 통화의 고삐를 죄어나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은은 단기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갈 방침이다. 경기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나 아직 공장가동률(74.2%)과 고용수준이 낮고 물가도 전망치보다 안정되어 있어 콜금리를 현수준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당분간 물가와 금리, 통화부문에서 큰 변동은 없지만 연말으로 갈수록 서서히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