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국제 공조가 절실한 이란 제재

지난 반세기 동안 영국과 이란의 관계에는 불신과 적개심이 가득 차 있었다. 심지어 '길을 가다가 넘어졌다면 그곳에 영국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란 속담도 있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양국 관계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29일 이란 시위대들이 수도 테헤란에 있는 영국 대사관에 난입했다. 이에 영국은 이란 외교관을 추방하고 런던에 있는 이란 대사관을 폐쇄했다. 추방 조치는 정당하다. 국제법에 따르면 국가는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외교 공관 부지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 이란 당국은 이번 사건을 소수 학생들의 행동이라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개입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이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았다. 이란의 우방국인 러시아마저 이 사건을 강하게 비난했는데도 말이다. 이번 사건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관련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 보고서를 발간한 후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금융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유럽 외무장관들은 이번 사태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는다면 전 세계 안보에 재앙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며 중동지역에 급속도로 대량 살상무기가 유포될 것이다. 그러나 군사 개입은 그다지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야욕을 천천히 누그러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재와 협상 전략을 적절히 병행해 압박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이란 당국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원유 수입 금지 조치는 분명 이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시기에 오히려 이 같은 조치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영국처럼 중앙은행을 집중 겨냥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공조 체제를 강화해 일관된 제재 조치를 밀어붙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만약 국제사회의 노력이 실패한다면 이스라엘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중동 정세는 서방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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