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로에 선 대부업계] <하> 위기탈출 해법은…

채권·ABS등 발행 허용…원활한 자금조달 길 터줘야<br>"이자제한법, 불법사채 양성 역효과 우려" <br>대부업 자생력 육성등 '先안정화' 필요<br>업계 "상한이자율 최소 年55%이상 돼야"


경제전문가들은 사채업자의 금리를 인위적으로 제한, 시장을 왜곡시키기보다는 대부업체들에 원활한 자금조달 통로를 열어주고 시장 법칙에 따라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사채시장 양성화 기조를 유지하되 대부업계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가 서민보호대책의 일환으로 이자제한법 제정과 함께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연 66%)을 내리도록 하는 내용의 정책방향을 밝히자 금융당국과 금융권 관계자들은 “장밋빛 환상만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대부업계의 이자율 인하가 자칫 이제 제도권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대부업 존립기반을 흔들어 불법 사채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사채업자는 4만개(추정) 가운데 등록된 대부업체 1만6,000여개 업체를 제외하면 2만4,000개가 비등록업체다. 대부업협회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카드사 20~28% ▦캐피털사 20~40% ▦할부금융사 30~50% ▦저축은행 30~60% ▦대부업체 40~66% ▦불법 사금융 67~500%대로 형성되고 있으며 대부업체의 상한이자율이 낮아질 경우 카드사 등 제2금융권과 경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재선 대부업협회 사무국장은 “대부업체와 제2금융권의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최근 주요 4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상한금리 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최소한 연 55% 이상은 유지돼야만 대부업 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83년 대부업법을 제정한 일본은 대부업계의 ‘선(先)안정화 후(後)금리인하’ 정책을 펴오면서 23년 동안 4차례 단계적인 상한금리 인하정책을 펴오고 있다”며 “2003년 대부업법을 처음 시행한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업계의 안정화를 이룬 후 상한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신용정보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경제인구 중 은행과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저신용등급(1~10등급 중 7등급 이하) 대상자는 700만명에 달한다. 즉 국내 경제인구 중 700만명은 급전이 필요할 경우 대부업체나 비등록 사금융업체밖에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부업계는 서민보호와 대부업 양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대부업계의 자금조달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상한금리 조정 등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업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부업계의 자금조달은 주로 개인(전주)으로부터 차용에 의존하고 있으며 조달금리는 평균 21.06%에 달했다. 이와 함께 무담보 신용대출비중이 높은 대부업계의 경우 비용으로 처리된 장기 연체 채권율(대손상각률)은 총 대출액의 21.23%에 이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일정 규모를 갖추고 재무상태가 건전한 대부업체의 경우 채권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 방법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며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질 경우 대출금리 역시 시장논리에 맞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호저축은행이 담보대출과 신용도가 높은 고객들 위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부업체의 양성화는 서민들의 복지증진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이자율 인하 조치만으로 서민금융기관이 마련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의 사례를 볼 때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사회연대은행 설립 등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은행들의 서민금융 지원확대 등으로 서민금융기관간 저금리 경쟁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현행법을 놔두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이미 없어진 이자제한법을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은 제2금융권을 포함한 서민금융기관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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