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 1년] 증권시장... 증시체질개선 보약됐다

「IMF 1년」은 주식투자자와 증권업계에 엄청난 시련을 안겨주었다. 예상치 못했던 외환위기로 주가가 순식간에 폭락하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엄청난 재산손실을 입었다. 기업도산으로 보유주식이 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된 투자자들이 속출했다. 투자대상기업이 도산하지 않았다고 해도 대부분의 주가가 절반 혹은 4분의1 이하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를 하거나 돈을 차입해서 주식을 산 「공격적인 주식투자자」들은 원금은 물론 많은 채무까지 지는 경우도 허다했으며 급기야 증권사들 마저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결정타를 맞은 「개미군단」은 아직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채권시장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초 회사채 수익률이 30%에 달할 정도로 채권값이 폭락하면서 채권을 많이 보유하고 있던 기관투자가들을 초죽음 상태에 몰아넣었다. 이처럼 IMF한파는 주식시장을 붕괴직전까지 매몰차게 몰아부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빠른 속도로 증권시장 및 증권산업에 구조조정의 칼날을 가했다. 이로인해 낙후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자본시장은 가장 먼저 IMF이전 수준을 넘보는 경제영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IMF구제금융 신청 직후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은 말 그대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 바닥모르고 떨어지는 주가, 금융기관의 연이은 도산. 하지만 주식 및 채권시장 완전개방, 증권사 재무건전성기준 확립, 채권시가평가제 및 미국식 뮤추얼펀드 제도도입, 투명한 기업회계를 위한 제도정비 등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각종 혁신적인 조치들이 모두 이 와중에서 취해졌고 지금도 진행중에 있다. 외국자본의 요구에 의해 피동적으로 이루어진 일들이지만 어쨋든 IMF는 우리 자본시장이 10년을 걸려도 못할 일들을 단 1년만에 해치우게 만들었다. 결국 IMF가 자본시장선진화를 앞당기게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던 것이다. 주식, 채권 등 우리 자본시장은 구제금융 신청 4개월전인 기아차 부도방지협약신청 발표때부터 사실상 IMF체제로 돌입했다.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기아차에 대한 부도방지협약 가입을 발표한 지난해 7월15일 상장주식 시가총액(주가에 상장주식수를 곱한 금액)은 138조원. 이후 주가가 급락,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 6월16일 시가총액은 57조원으로 11개월만에 무려 81조원이나 급감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수를 1,000만 가구라 한다면 11개월만에 주식부문에서만 가구당 810만원씩의 재산손실을 본 것이다. 채권시장도 외형상 회사채발행이 크게 증가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주식시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표적 실세금리인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IMF구제금융 신청 직전인 지난 97년11월초 12%대에서 1개월뒤인 그해 연말 공식적인 회사채수익률만 놓고 보더라도 30%를 넘어섰다. 그나마 5대그룹 계열사가 아니면 연 30%의 금리에도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여파는 증권사 및 투신사에게 곧바로 타격을 가했다. 불안해진 고객들이 부실징후가 보이는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면서 고려증권, 동서증권에 이어 대통령선거 다음날 신세기투신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정부는 결국 금융 및 산업구조조정이라는 IMF의 요구 앞에서 금융산업 및 자본시장을 개혁하기 위해 할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12월11일 종목당 주식투자한도를 26%에서 50%로 확대, 사실상 주식시장을 외국인에 완전개방했다. 또 달러확보가 시급했던 정부는 채권시장도 그 다음날 완전히 문호를 개방했다. 이에 외국인들이 곧바로 화답, 연말부터 4개월동안 원화로 5조원에 달하는 달러를 가져왔고 주식시장은 그 기간동안 초강세장을 연출했다. 금융당국의 개혁.개방조치는 그이후로도 계속됐다. 콜시장을 제외한 CD, CP 등 단기금융시장 개방, 주가변동폭 확대, 채권시가평가제 도입, 뮤추얼펀드 관련법제정 등 외국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각종 시장조치들이 실행됐다. 뿐만아니라 기업의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제 의무화, 소액주주권리 강화, 결합제무제표, 금융업종별 회계처리준칙 등 각종 기업관련 규정들이 국제기준에 맞게 고쳐지거나 새로 만들어졌다. 주식거래 제도에서 기업경영 투명성확보 방안에 이르기까지 미국식 시장경제제도가 급속히 도입됐다. 지난 9월말로 제도정비 및 금융기관 1차 구조조정을 완료하면서 그 효과가 증권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11월18일 현재 상장주식 시가총액은 주가상승으로 94조원으로 IMF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지난해 11월21일 95조원에 육박했다. 회사채수익률은 오히려 IMF이전보다 더 낮아졌다.【최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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