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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의 발걸음은 그대로 한국 야구의 찬란한 역사가 된다.
한국 프로야구에 400홈런 시대를 연 타자도 당연히 이승엽이었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한국프로야구 통산 400홈런을 채웠다. 5대0으로 앞선 3회말 2사에서 롯데 선발 구승민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뒤 2구째 직구(140㎞)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는 120m.
이승엽은 일본에서 8시즌을 뛰며 159홈런을 기록, 개인 통산 559홈런을 쌓았다. 그러나 이승엽은 "한국 무대에서만 400개의 홈런을 기록했다는 것은 한일 통산 홈런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왼손 에이스를 꿈꾸며 1995년 프로 무대를 밟은 이승엽은 팔꿈치 부상에 이은 코칭스태프의 권유로 타자 전향을 택했다. 이승엽은 당시를 떠올리며 "내 고집대로 투수를 했으면 평범한 왼손 투수로 뛰다 이미 은퇴했을 것"이라고 웃었다.
프로 데뷔 첫 홈런은 1995년이었다. 5월2일 광주 무등 해태 태이거즈전에서 이강철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그해 13홈런을 치며 거포의 잠재력을 과시했다. 3년차인 1997년 32홈런으로 이 부문 1위를 달성한 이승엽은 '한국 야구 홈런 기록 제조'에 나섰다. 1999년 22세 8개월 17일로 최연소 100홈런을 기록했고 2001년에는 816경기, 24세10개월3일로 최소경기·최연소 200홈런 기록을 작성했다. 2003년에는 1,075경기, 26세10개월4일로 최소경기·최연소 300홈런 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도 이승엽보다 어린 나이에 300홈런을 친 타자는 없다.
이승엽의 기록 행진은 이어졌다. 1999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50홈런 시대(54개)를 연 그는 2003년 56개의 아치를 그리며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바꿔놨다. 2006년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활약하며 41홈런을 치는 등 이승엽은 일본 무대에서도 한국인 거포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2013년 6월20일 인천 문학 SK 와이번스 전에서 한국 무대 352번째 홈런을 치며 양준혁(351홈런)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홈런 타자로 올라섰다. 이후 이승엽의 홈런이 나올 때마다 한국 홈런 기록이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승엽의 기록에 도전할 선수조차 없다. 현역 선수 중 홈런 2위는 299홈런을 친 NC 다이노스 베테랑 이호준(39)이다. 김태균(239홈런·한화), 최형우(187홈런·삼성), 박병호(172홈런·넥센) 등 홈런왕을 차지한 적이 있는 거포도 이승엽과 격차는 크다. 이승엽은 '은퇴 시점'에 대한 질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이 되지 않을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