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의성 이어 고령서도… 구제역 확산 경보

백신접종 농가에 직접 맡기는 등 당국 방역체계 문제점 도마에


경북 의성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경북 고령군에서 또다시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때아닌 '한여름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구제역은 통상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더불어 당초 "확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혀온 방역당국의 초기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7일 의심 신고된 경북 고령군 소재 돼지농장의 의심축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구제역(혈청형 O형)으로 확진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은 총 2,015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농가로 돼지 5~6마리에서 발굽이 빠지고 입안에서 궤양이 발견되는 등 전형적인 구제역 증세가 나타나자 농장주가 27일 오후6시께 경북 가축위생시험소에 의심축을 신고했다. 당국은 해당 농가 인근 지역에 축사 소독 및 가축·차량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으며 의심 증상을 보이는 돼지를 추려내 살처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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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흘 사이에 잇달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당국의 방역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4년 전 안동발(發) 구제역 파문 이후 소·돼지 등 구제역 위험 동물에 대해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백신화 대책'을 재발방지책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사육 농가에 맡겨 부정확한 주사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게 일선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 관계자는 "목이나 엉덩이 같은 돼지 근육 부위에 주사를 놓아야 효과가 발휘되는데 지방에 주사를 접종하는 경우가 있다"며 "경험이 많지 않는 농장주는 접종 중 주삿바늘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실제로는 각 농가의 백신 접종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당초 "백신 접종 실태를 매월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고령 구제역 발생 농가가 이미 백신을 접종한 곳으로 알려지자 "모든 돼지에 대해 접종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으며 접종을 했어도 항체 형성에 따라 구제역 발생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나흘 만에 입장 차를 드러낸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역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확산 여부를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현재로서는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이다. 4년 전에 비해 확산 속도가 늦고 발생 빈도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구제역이 발생한 의성·고령 농장을 중심으로 소규모 발생이 이어질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고령 농장 주변 3㎞ 이내에는 총 152가구에서 소 2,321마리를, 6가구에 돼지 9,750마리를 각각 사육 중이다. 만약 바이러스가 경북 일대 다른 지역으로 이미 퍼졌다면 백신 미접종, 항체 미형성 돼지는 구제역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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