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1월 19일] 우리의 명품 브랜드, 한우

주위에서 한우 가운데 어떤 한우가 제일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요즘에는 한우도 지역별로 브랜드화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우는 지역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이미 품질을 인정 받은 우리 민족 고유의 '브랜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한우가 좋은지가 아니라 왜 한우가 좋은가이다. 한우는 외래 품종과 혼혈 없이 사육돼온 우리나라의 유일한 소이며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 고급육으로 알려진 일본 와규의 기원도 한우에서 출발한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우리의 토양에서 난 것를 먹고 키워진 그야말로 '신토불이' 먹을거리다. 흔히 식당이나 마트 등에서 국내산이라고 표기하는 육우나 젖소와도 엄연히 다르다. 육우는 외국 품종인 홀스타인 종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젖소의 수컷에 해당한다. 국내에 들여와 키우면서 젖을 생산할 수 있는 암컷은 젖소로 키우고 수컷은 거세해 식육용인 육우로 키워진다. 국내에서 키워졌기 때문에 국내산이라고는 하지만 품종 자체가 틀리기 때문에 한우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우의 우수성은 유전적 품종 외에도 사육방법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약 1억만두의 소가 90만개 농장에서 사육돼 1개 농가당 약 111만두를 사육한다. 반면 한우는 17만 농가에서 약 300만두를 사육, 1개 농가당 17.6마리의 한우를 기르는 셈이다. 대량 사육되는 미국의 소와 한우의 맛과 질을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이렇듯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정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태리 장인들이 만들어 내는 명품 가방이나 스위스의 장인들이 만들어 내는 명품 시계와 마찬가지로 한우는 우리 농가의 손으로 만든 '수제 명품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보존되고 있는 한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소 이외에도 칡소와 흑소가 있다. 이 중에서도 칡소는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 나오는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얼룩배기 황소'를 말한다.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육질이 좋았던 칡소는 일제강점기에 '검은 소는 일본 소'라는 이유로 강제 공출되면서 멸종위기를 맞았으나 최근 혈통복원을 통해 일반 농가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한우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명품 브랜드이자 오랜 세월 함께 한 이 땅 위의 자존심이다. 이런 한우를 지키고 보존해나가기 위해서는 한우를 키우는 한우 농가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함께 사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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