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08 한국품질경영 우수기업] "정성·열정 담으니 일등제품 됐죠"

인재 육성·지속적 R&D통해 경쟁력 키워<br>열악한 경영환경 불구 명품으로 고가 시장 공략<br>품질경영시스템 정착땐 '소득 3만弗 시대' 앞당겨





유가와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내수가 침체양상을 보이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전세계 제조공장 역할을 하며 각종 산업분야에서 국내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어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품질의 차별화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의 땅에 가장 비싼 임금을 주고 생산설비와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서 원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는 품질향상 뿐이라고 지적한다. 난마처럼 얽히고 해결하기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현재의 힘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가장 기본인 품질을 올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명품으로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건설 중장비를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인 에버다임의 전병찬 사장은 “우리는 중소기업이지만 고가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해 성공할 수 있었다”며 “특히 러시아와 중동 쪽에서는 비싼 값에 걸맞는 품질로 승부해 시장점유율 1등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품 품질향상을 위해 전사원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고 고객만족을 위해 판매 후 서비스에도 전력을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성공한 국내 대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품질 중시 경영 덕임을 알 수 있다. 싸구려로 인식되던 국산 자동차가 외국의 품질평가에서 잇달아 호평을 받으며 선진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려 가고 있으며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국산 제품들은 명품으로 대우 받는다. 또 국내에서 생산된 선박의 품질에 대한 높은 신뢰로 외국 선주들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조선업은 최고 호황을 누리며 국내 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독자적인 품질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체계적인 관리와 개선 활동으로 변화를 선도한 것이다. 초기에는 외국의 품질 선도 기업을 모방해 시스템을 설계하고 도입했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자신의 기업문화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과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갔다. 아울러 체계적인 품질활동의 기반은 결국 사람이라고 판단해 인재 중시 경영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육성했으며 이를 통해 핵심 경쟁력을 키웠다. 또 협력회사와 상생경영을 통해 경영활동의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노력했다. 다양한 품질경영 활동을 자사에만 적용하는 게 아니라 협력회사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가치창출형 품질 활동을 전사적으로 끊임없이 추진했다. 이 같은 철저한 품질혁신, 품질창조의 노력으로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 아울러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극한 열정과 철저함이 요구된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팔만대장경, 고려청자 등 최고 품질의 제품들을 만들었다. 팔만대장경의 경우 1,000여명의 장인들이 16년간 새겨넣은 5,200만여 글자에 오ㆍ탈자가 하나도 없으며 글자 하나 하나는 한 사람이 쓴 것처럼 구양순체로 통일돼 있어 표준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10여년 간 찌고 말리는 정성으로 균열을 방지했으며, 옻칠에 의한 부식방지로 7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원본이 하나도 손상되지 않고 있다. 장인들의 정성과 열정으로 최고의 품질을 보유한 제품이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성과 열정을 담아야만 똑같은 재료로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과거의 전통을 우리 산업 전반에 고르게 전파해 DNA화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여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품질관리에 소홀하면 인터넷 등의 발달로 품질불량이나 고객불만 사항 등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기업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거나, 종국에는 기업 파산으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소니입니다(It's a Sony)’라는 광고 슬로건으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던 소니는 지난 2006년 노트북 배터리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대량 리콜 사태가 발생하면서 수십 년간 세계 전자업계에서 쌓아온 명성에 흠이 간 것이다.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들은 압력밥솥 폭발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기업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아예 밥솥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밥솥 연쇄 폭발 등으로 지난 2005년 당시 7만여대 가량 보상 리콜을 실시하고 전기밥솥 사업에서 손을 뗐다. 전문가들은 “불량이 생기면 즉각 고치면 되는데 문책 등을 우려해 숨기다가 고객 클레임으로 이어져 피해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기업들이 품질 문제로 발생하는 비용이 매출액의 20~30%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일부 중소기업들은 제품의 불량률을 100만개당 10개 미만, 즉 한자릿수로 관리하기 위해 전사적 차원에서 싱글PPM(Single Parts Per Million) 품질혁신활동을 전개하면서 품질혁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 1997년부터 품질 경쟁력 우수기업 인증제도를 시행하면서 품질 경쟁력 우수 기업을 발굴, 모델화해 후발 기업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고무적이지만 현재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품질경영에 신경써야 할 것이다. 이계형 한국산업기술평가원장은 “품질경영은 경영철학의 씨줄과 혁신동력의 날줄로 짠 거대한 포대자루라고 할 수 있다”며 “품질경영을 우리 산업 전반에 고르게 전파해 정착시키는 것이야말로 21세기 선진 산업강국으로 진입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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