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어느 관계자의 고백


"잘못된 공약을 밀고 나가면 국민이 행복해질까요."

여권의 한 관계자는 요즘 이런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만드는 데 참여한 인사다.


그는 이제야 각종 토론회 등에 등장하는 다양한 의견에서 배운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신중하게 만든 공약이지만 다시 보니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대선 때는 시간에 쫓겨 현장 의견과 정부 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일례로 그는 기초연금에 대해 "당장은 시행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65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 재원조달을 어디서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지원도 몇몇 전문가만 통하다 보니 공약에 드는 예산을 너무 적게 추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또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은 입증된 근거 없이 세금을 상당하게 걷을 수 있는 것처럼 봤지만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지하경제 규모를 추계하는 연구물 중에 가장 높게 추정된 추정치를 근거로 공약을 만들었는데 추계마다 차이가 큰 것이 간과됐다는 것이 설명이다.


그는 최근 국세청에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파견한 500명 중 대부분이 이미 추징한 세금을 걷는 일보다 새로 세금을 매기는 일에 자원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추징한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악질 탈세범들이 이번에도 납세의 의무를 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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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군 사병 월급을 1인당 40만원으로 높이자고 공약했다가 여론 수렴을 거쳐 20만원으로 줄인 사례를 떠올렸다. 공약을 수정했지만 재원을 감안한 결정이어서 국민 반발을 겪지 않은 선례가 왜 이번에는 없는지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인수위 내부에서 공약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회의에서 공약에 대해 반론을 하려고 하면 위에서 눈짓을 하며 막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했다"라고 털어놨다.

대선 공약 대부분의 목표와 취지는 올바르고 선하다. 많은 유권자가 대선 전 공약의 세부 사항을 알 수 없는 현실에서 공약의 좋은 취지를 믿고 투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수위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공약을 밀어붙이는 뚝심이 아니라 취지와 어긋난 공약은 수정하는 현명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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