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주력 수출품과 경쟁하는 '메이드 인 차이나'

중국의 주력 수출품목의 기술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100대 수출품목 가운데 우리와 경합하는 제품은 지난 96년 15개였으나 지난해에는 30개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상위 10대 수출품목에서도 지난 96년에는 중복제품이 전무했으나 지난해에는 5종으로 늘었다고 한다. 사실 중국제품의 위협적인 진출은 국내시장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저가의 중국산 냉장고가 국내시장에 들어온 데 이어 최근에는 LCD TV까지 침투해 국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산제품에 비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지만 농산물처럼 언제 우리 주변에 중국산 가전제품이 범람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의 첨단 수출제품이 활기를 띠는 것은 가격경쟁력에 의존한 중저가 제품에서 탈피, 품질과 디자인마저 우수성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낮은 인건비와 토지비용에다 세계적인 기업의 자본 및 설비투자가 가세해 고부가가치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한다. 방대한 중국시장을 보고 진출한 우리 기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중국을 거대 시장으로만 볼 게 아니라 대등한 경쟁자로 인식, 차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휴대전화 등 우리의 주력 수출품들은 아직도 규모면에서 비중이 크지만 핵심부품 등은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하루가 다르게 짧아지고 있는 첨단제품의 수명을 감안할 때 우리의 주력 수출품들은 이미 범용제품으로 전락했다고 보아야 한다. 소비와 투자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활기를 띠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창출함으로써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기술력 향상만이 갈수록 빨라지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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