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GM·포드 몰락 남의 일 아니다"

CEO들 "위기대처 속도 늦어" 직원들 질타<br>지출 축소·매출 확대 '양동전략 짜기' 골몰


“환율과 고유가로 몇몇 사업부를 제외한 대다수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계획 대비 차질을 빚고 있다.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은 지난 9일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한 후 “경영환경이 바뀌고 있지만 회사측의 대응이 너무 늦다”며 강도 높은 질책을 퍼부었다. 노 사장은 이날 “실행 스피드를 높여야 한다”며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들이 조기에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급격히 변하는 경영환경과 이에 따른 위기대처 능력에 조바심을 내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목소리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환율하락과 고유가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단기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의 대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위기의식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세계적인 자동차기업인 GM과 포드의 ‘정크본드’ 추락에 이어 IBM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조차 경영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현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우선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실적이 더 걱정’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대기업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연초 1ㆍ4분기 이후 환율과 유가가 안정되면 채산성이 다시 회복돼 수익구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금은 워낙 변수가 많아 이 같은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위앤화 평가절상 압박이 상존하면서 환율움직임이 불투명한데다 1배럴당 6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국제원유 가격으로 수출경쟁력이 두드러지게 약화되는 상황이다. 내수회복도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불거진 온갖 악재들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소로 고착화되는 단계일지 모른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판단이다. 이 때문에 수익성 확보를 위해 초단기 비용절감운동은 물론 중장기 고부가가치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을 동시다발로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7년부터 시작된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편 미래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에는 과감한 ‘올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브랜드에 밀리고 있는 제품들은 과감하게 시장에서 철수시키는 등 철저하게 ‘돈 되는 사업’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LG도 전자를 중심으로 계열사 수직계열화를 통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DTV 핵심 칩) ▦LG필립스LCD(LCD모듈) ▦LG이노텍(카메라모듈ㆍ디스플레이모듈) ▦LG화학(배터리) 등의 협력체제를 강화해 디스플레이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아울러 고부가가치제품 개발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환율하락과 고유가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더 이상 값싼 제품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LG석유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은 가전ㆍ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늘고 있는 BPA(비스페놀-A)의 증설 및 신규공장 설립으로 대응하고 있다. KCC는 중국산의 위협이 덜한 첨단소재인 실리콘모노모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선업계 역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고부가가치인 크루즈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오는 2010년까지 크루즈선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현재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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