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는 아시아나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는 과정에서 동체 뒤쪽이 활주로에 먼저 닿으며 기체가 왼쪽으로 이탈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기 사고처럼 비행기 꼬리부터 산산조각 난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항공안전전문가인 케빈 다시 전 보잉안전수사국장은 이날 "이번과 같은 일은 오랫동안 본 적이 없다"며 "항공기의 꼬리 부분이 착륙할 때 파손된 사례는 1980년까지 운행됐던 DC-9의 시험 운행이 마지막이었다"고 전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항공 교통관제 기록과 항공정비, 기상상태, 승무원 조치 등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짧게는 수개월, 많게는 수년이 걸리는 것이 관례여서 당장 뭐라고 단정을 하기가 어렵다.
다만 샌프란시스코공항 관제탑이 착륙을 준비 중인 아시아나항공 OZ214편 기장에게 "응급차량 준비가 이뤄졌고 모든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한 점이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승무원들이 착륙 전에 항공기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단 기체결함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강자영 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착륙할 때 꼬리가 먼저 닿는데 이때 중력과 양력의 차이가 작도록 해야 충격 없이 착륙을 한다"며 "꼬리 부분이 활주로에 부딪혔다는 것은 비행기의 중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꼬리 날개가 먼저 바닥에 닿으면서 떨어져 나갔다고 하는데 이는 착륙 당시 비행기의 앞부분이 정상보다 더 올라갔다는 뜻"이라며 "꼬리 날개는 비행기의 자세를 정확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을 확률이 있다"고 분석했다.
착륙을 위해 펼치는 바퀴인 '랜딩기어'에 이상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윤광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조종사가 사전에 구급차를 준비시킨 것은 기체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착륙을 위한 랜딩기어에 이상이 생겨 꼬리 부분이 먼저 활주로에 부딪힌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전문가들은 샌프란시스코공항의 독특한 지형과 공항의 시설 공사가 사고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CBS뉴스의 항공안전 부문 전문 분석가이자 전직 항공기 조종사인 체슬리 슐렌버거는 "샌프란시스코공항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풍향이 자주 변해 조종사가 시야를 확보하기에 어렵다"며 "사고가 난 활주로 근처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는 점도 이번 사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슐렌버거는 "그 공사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했는지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지만 분명 조사할 무언가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조종사 운전 미숙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교수는 "조종사가 사고 전 사전 통보를 한 만큼 조종 미숙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많이 이용하는 활주로가 아닌 다른 활주로를 이용했다고 하던데 아마 다른 비행기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11시27분(현지시간) 사고기의 기장이 관제탑에 응급상황을 알리는 교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교수도 "바다에 인접한 샌프란시스코공항은 다른 공항과 달리 바람이 세고 고도와 위치를 가늠할 만한 구조물도 적기 때문에 다른 항공보다 상대적으로 착륙 환경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특별히 사고가 잦은 공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승객들이 비상 대피한 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기내 화재는 착륙 충격으로 흘러나온 연료에 불똥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