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미있는 선물이야기] 천재들의 도박장

선물딜러들은 대개 머리회전이 빠르고 배짱이 두둑하다. 베어링은행을 도산시킨 닉 리슨도 마찬가지다. 리슨은 93년부터 95년까지 회사내부 감사를 교묘히 피해가며 거액의 선물거래를 했고 결국 12억달러라는 엄청난 손실을 냈다.리슨은 니케이225 지수선물과 옵션을 교묘히 결합한 거래를 했다. 그는 선물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회사 몰래 옵션을 발행했다. 이때 리슨이 사용한 거래기법이 스트래들(STRADDLE)이다. 스트래들은 만기와 행사가격이 같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발행)하는 것으로 주가지수가 일정한 범위내에서 움직이면 이익을 얻는다. 옵션을 매도한 사람은 옵션을 매수한 사람으로부터 프리미엄을 받는다. 리슨은 이 돈으로 선물 손실액을 벌충했고 남는 돈으로 더 많은 선물투자를 했다. 그러나 선물투자는 번번히 실패했고 손실금액은 자꾸 불어났다. 리슨에게 결정타를 가한 것은 95년 1월 17일 발생한 일본의 고베 대지진이었다. 지진여파로 니케이225가 열흘만에 1,000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리슨은 필사적으로 니케이225 지수선물을 사들였다. 그는 시장전체를 떠받치려는 아틀라스 거인같았다. 95년 2월 23일 리슨은 마침내 싱가포르를 탈출한다. 다음날 233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어링은행은 파산한다. 사실 베어링은행이 그에게 공식적으로 허용한 선물거래는 시장간 차익거래(ARBITRAGE)였다. (이 거래기법은 다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자.) 리슨은 차익거래 손실을 88888계좌에 숨겼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용되지도 않은 선물거래를 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더구나 리슨은 선물회계도 담당했기 때문에 자신의 거래를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다. 리슨은 스스로 『대차대조표를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딜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옵션을 팔아 선물손실을 만회한다는 기막힌 전략(?)을 만들어 낼 정도로 머리도 좋았다. 선물시장을 천재들의 전쟁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는 도박을 좋아하는 천재들이 많다는 것이다. 【정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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