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6일] <1208> 볼커, 통화 충격


1979년 10월6일, 미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금리를 올리고 돈 줄은 죈다는 폴 볼커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폭탄 선언탓이다. 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요일 저녁에 발표된 ‘볼커 충격’의 골자는 두가지. 공정할인율을 11%에서 12%로 높이고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들의 지불준비금을 8%씩 추가로 적립한다는 내용이었다. 미 연준이 초긴축정책을 펼친 배경은 제자리성장에도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물가부터 잡아야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은 볼커는 1981년에는 단기금리를 연 21%까지 끌어올렸다. 초긴축은 미국 경제에 고통을 안겨줬다. 1981~1982년 국내총생산(GDP)이 3% 감소하고 실업률도 10%까지 뛰었다. 경기가 더 나빠지고 돈 값(금리)이 오르는 상황은 곧 새로운 경제 현상을 낳았다. 쌓이는 재고를 감당 못한 업체들이 제품가격을 내리고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도 줄어들었다. 고통을 겪으며 1983년부터 미국 경제의 물가상승률은 3% 수준으로 떨어졌다. 볼커의 통화 충격은 경제학설사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고 있다. 수요를 중시하는 케인스 경제학의 시대가 저물고 통화 공급량 조절에 무게를 두는 통화론자들이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시대가 이때부터 열렸다. 볼커의 정책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감세, 규제완화와 맞물려 신자유주의 경제의 근간을 이뤘다. 볼커가 단행한 초긴축 정책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미국을 구했다는 찬사의 이면에 미국 내 양극화의 시발점이자 제3 세계 외채 문제를 심화시킨 주범이라는 비판이 상존한다. 볼커 충격으로부터 30년째를 맞는 오늘날 지구촌 경제는 또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처방이 가능할까. 가혹한 고통을 피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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