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5일] 미국산 쇠고기 먹을 자유, 먹지 않을 자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산 쇠고기가 지난주부터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는 일부 정육점이나 식당에서만 판매돼 소비자들이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 곳곳에 300여개 점포를 가진 대형마트들이 판매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은 손쉽게 미국산 쇠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에서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 실적도 좋은 편이다.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27일 판매를 시작한 뒤 6일 동안 미국산 쇠고기가 160톤가량 팔려나갔고 롯데마트에서도 판매 재개 5일 만에 69톤이 팔리며 호주산 쇠고기 판매량을 넘어섰다. 경기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돼지고기 삼겹살과 가격이 비슷한 미국산 쇠고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대형마트의 판매 재개로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선택의 자유는 충족된 반면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을 자유는 아직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자유만큼 자신의 의사대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을 자유 또한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정육점이나 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이나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최근 5개월 동안 쇠고기 원산지를 속여 판 음식점과 정육점 488곳을 적발했다. 한 정육점은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아 구입가의 4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지속되면 미국산 쇠고기를 꺼리는 소비자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대형마트의 판매 재개로 미국산 쇠고기의 판로가 확대되면서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가 호주산이나 한우로 둔갑해 팔릴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번 대형마트 판매 재개를 계기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에 대한 단속이 보다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물론 적발됐을 때의 처벌도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을 자유를 보장해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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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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