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3일] 금융대책을 정치볼모 삼아선 안돼

지난 21일 오후 정부의 금융위기와 관련한 대여 협상에 나섰던 민주당 지도부와 주요 중진 의원들의 속내는 타들어 갔다. 초유의 금융위기를 맞아 초당적 협력을 다짐한 다음날이었지만 정부ㆍ여당의 요구를 무사 통과시킨 것 아니냐는 당내 일부 강경파들의 반발이 우려된 탓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고심 끝에 은행 외채 정부 지급보증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심의ㆍ처리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분초를 다퉈 은행들의 외화구득난을 풀어줘야 한다는 절박성을 인식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들의 물밑 반발은 금세 터져나왔다. 386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은행외채정부보증안에 합의해주기 전에 여당으로부터 최소한 정부 경제팀 경질 약속을 받아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출신 의원은 “최소한 여당한테서 금융위기 책임을 묻기 위한 경제청문회 실시 합의서라도 얻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은 지도부가 국익 차원에서 양보한 것에 비해 야당이 얻은 것이 미흡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야당은 전날 원내대표 회담을 통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쌀 직불금 국정조사를 ‘조속히’ 실시한다는 합의를 먼저 받아냈다. 그러나 국조의 최대 쟁점이 될 쌀 직불금 부당수령자 명단의 전수 공개 약속은 확보하지 못한 채 22일 원내대표 회담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였다. 따라서 지도부가 외채보증안 국회 처리 여부를 22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야 했는데 전날 덜컥 합의해줘서 협상력을 스스로 깎아먹었다는 게 당내 일각의 불만이었다. 이들 강경파의 의견은 전술적으로 보면 옳다. 또 쌀 직불금 파문이 가진 정치적 파괴력을 인정한다. 이 의혹을 제기한 것은 국감 중 야당이 일궈낸 커다란 성과다. 그러나 이를 금융대책 협조 문제와 연계 시켜서는 안 된다. 금융위기 극복은 쌀 직불금 진상조사보다 더 큰 차원의 국가 생존문제다. 민주당의 한 호남권 중진의원도 “지금이 경제청문회할 때냐. 경제ㆍ외교부처 공무원들이 금융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국감 끝나자마자 또 청문회를 열면 국난 극복대책은 누가 만드냐”고 혀를 찼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2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쌀 직불금 문제를 금융대책과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앞으로도 민생문제를 정쟁의 볼모로 잡지 않는 정책야당으로의 대변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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