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 은행 약속위반 문제 있다

미국계 투자 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미 합의한 LG카드 지원 프로그램을 거부키로 한 것은 어렵사리 회생을 도모하고 있는 LG카드 사태해결에 재를 뿌리는 약속위반 임이 분명하다. 외환은행이 부담해야 할 출자전환 및 신규 지원 규모가 1,171억원이고 한미은행이 부분적으로 지원을 거부한 출자전환액 335억원까지 합하더라도 1,506억원이어서 16개 채권 금융기관의 총 부담 및 지원액 3조6,500억원에 비하면 큰 것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돌발적인 비협조 사태를 맞아 분담금의 재조정이나 산업은행의 추가 부담 대신 나머지 15개 은행이 당초 분담액대로 지원토록 추진하는 것도 채권단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면서 사태 악화를 막아보려는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금융당국도 외국계 은행의 약속위반을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금융기관의 생명은 신용에 있고, 신용 창출의 기본은 약속 이행이다. 16개 채권 금융기관의 합의를 단지 외국계라는 이유만으로 뒤늦게 백지화한데 대해 어떤 형태로든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외환은행의 주장대로 외환카드의 합병 추진에 따라 지원 여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주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외환카드 사태는 채권단 합의 이전부터 존재한 문제였던 만큼 돌출적인 요인은 아니었다. 따라서 외환은행은 당초 채권단 의견조정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어야 했다. 금융당국은 국내은행들에게 추가 부담을 시키지 않는다지만 외국계 은행의 무임승차 문제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이미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된 현시점에서 국내은행에게 역차별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물론 카드사태를 방치했다가 뒤늦게 나서서 미봉을 일삼는 정부당국의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LG카드 사태는 27조원의 금융시장 피해가 예상되는 사태였다는 점에서 정부개입이 불가피 했던 점은 인정된다. 미국에서도 헤지 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의 부도 위기를 맞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나선 전례가 있다. 이번 외환은행과 한미은행의 약속불이행 사태는 앞으로 계속될 금융기관 매각에서 정부가 유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금융개방 시대를 맞아 정부와 국제자본간의 충돌을 예방하고 완충하는 장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금융기관 매각시 국내자본에 역차별을 가하지 않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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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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