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中企자금난, 새 해법 바란다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경기가 막 기지개를 펴는 양상이다.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고 신용카드 사용액도 올들어 크게 증가했다. 소비가 아직 불안하긴 하지만 생산ㆍ투자 등 각종 경기지표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궁이 가까이에 있어 훈훈한 아랫목을 제외하고 윗목 부문은 여전히 추운 냉골에서 떨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전체 근로자의 87%를 고용하고 있고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중소기업이다. 최근 중소기업인을 만나보면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기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뿐이고 지난해 중소기업 가동률은 68.2%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다. 특히 어려운 것은 자금사정이다. 지난 설 전에 만난 한 중소기업인은 자금사정으로 설연휴 때 직원들 상여금도 주지 못했다며 눈시울을 붉히고는 ‘자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한다. ‘은행 문턱에라도 한번 가봤으면 좋겠다. 월 3% 이상의 사채 쓰기도 지쳤다’는 기업도 많이 있고 사업성이 우수한데도 일시적 자금난으로 흑자도산하는 업체도 눈에 띈다. 물론 과거에도 중소기업 자금지원이 이뤄져왔고 경기가 나쁠 때마다 특별지원이다 하면서 야단법석을 벌였다. 하지만 대책이 그때뿐이지 중소기업 자금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나타날까. 그것은 바로 중소기업으로 돈이 흐르도록 하는 통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중소기업인들은 아무리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이 높아도 원천적으로 담보가 없거나 신용등급이 낮아서 은행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신용보증을 확대해 은행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크게 터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일차적으로는 계속 감소되고 있는 정부의 보증기관 출연금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용보증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현재 보증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신용보증기관들이 신용등급에 따라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보증료율 폭인 0.5~2%를 실질적으로 확대해 상한선을 3%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신용보증 대상조차 되지 못했던 기업에도 다소 높은 보증료를 부담하게 하는 대신 보증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보증을 받지 못해 고리의 사채시장을 전전하던 기업도 은행에서 저리의 자금을 빌릴 수 있고 신용보증기관의 입장에서도 보증료 수익의 개선을 통해 만일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질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보증 잘못으로 보증기관이 대신 변제해야 할 대위변제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기업에 보증을 확대하면 대위변제율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보증기관의 보증심사나 신용평가기법의 개선, 전문 신용평가기관의 육성을 통해서 해결해야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나라 경제의 중추인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해결될 수 있도록 정책의 발상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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