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프리미엄 시장' 떠오른다

자동차·화장품·가전·가구등 비쌀수록 '불티'<br>소비 양극화 심화속 가치소비족까지 가세, 고급제품 폭발적 인기…업계 "분위기 이어가자" 고소득층등 겨냥해 VIP마케팅 강화 나서






설을 앞둔 지난 1월 중순 현대백화점 화장품 바이어인 차무진 대리는 깜짝 놀랐다. 프랑스 고급 수입화장품인 ‘드라메르’디에센스 10세트를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에 첫 출시하자마자 하루만에 매진됐기 때문. 아무리 소비심리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340만원짜리 화장품이 순식간에 동 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놀라기는 모피 담당자인 유영민 과장도 비슷하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2,000~3,000만원 상당의 블랙그라마 8부 모피가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0% 이상 급증했다. 300~500만원대의 숏재킷이 많이 팔렸던 이전과는 천양지차다. 비싼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고가도 보통 고가가 아닌 초고가다. 양극화 심화로 큰 손 고객이 크게 늘고 있는데다 경기도 풀리면서 ‘럭셔리 제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주가ㆍ부동산 값 상승에 따른 자산증대로 눈높이가 높아진 중산층이 가세하고, 특히 자신이 원하는 상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가치 소비족’도 늘어나면서 고급시장이 부상중이다. 자연스럽게 기업 마케팅전략도 고가ㆍ프리미엄 상품 위주로 흐르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대표적이다. 수억원대 수입차와 국산 대형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은 기본이고 아파트 몇 채 값과 맞먹는 최고급 수입차의 인기도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17억원짜리 이탈리아 스포츠카인 마세라티 MC12 1대가 지난해말 팔렸다. 2004년 팔린 페라리의 엔초 페라리(15억원)를 뛰어넘은 국내 최고가다. 마세라티는 지난해 MC12를 비롯해 콰트로포르테(1억9,950만원) 33대 등 38대를 팔아 전년보다 5배 가량 판매가 늘어났다. 페라리도 2004년 13대 팔렸지만 지난해엔 612스카글리에티(4억4,500만원) 2대와 575M마라넬로(4억원) 3대 등 총 22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그랜저는 1월에 8,117대가 판매되면서 지난해 12월에 이어 2개월 연속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와 무관하게 고급차를 선호하는 수요층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고급차 위주의 마케팅 전략을 계속 구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가 마케팅’은 가전업계에서도 두드러진다. TV의 경우 프로젝션TV는 백화점 매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주력모델인 PDP나 LCD TV도 20~30인치 소형은 진열조차 않고 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본점의 경우 1월 PDPㆍLCD TV 판매량이 전년대비 300% 가량 급증했고, 특히 1,000만원짜리 이상 제품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신세계백화점은 30인치대 제품보다 100~200만원 비싼 40인치급 매출이 3~4배 가량 많다. 또 김치냉장고는 200ℓ이상 대용량 제품이 기존 주력품목인 160~200ℓ 제품을 밀어내고 이미 주모델로 자리잡았고, 세탁기도 10㎏이상 대용량 제품으로 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특히 고급 제품인 ‘와인셀러’의 경우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매출이 2004년에 비해 500% 가까이 신장하는 등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 뿐 아니다.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가구, 의류, 화장품, 잡화, 보석 등 생활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리바트가 판매중인 독일 부엌가구 ‘알노’는 8,000만원대의 고가이지만 매달 20~30건의 견적 의뢰가 들어오고 이중 상당수는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웅진뷔셀이 수입판매하는 5,000~8,000만원선의 ‘에페티’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9세트나 팔렸다. 도무스의 독일제 가죽 소파 ‘KOINOR’는 1,000~1,500만원대로 국산에 비해 2~3배 비싸지만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찾는 고객이 많다. 현대백화점 가구 바이어인 김용환 대리는 “최근 두달간 150만원대 아동책상세트, 400~600만원대 침대, 700~800만원대 소파 등 수입가구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며 “특히 고급 아동가구의 경우 주문이 밀려들어 배송까지 2~3달 가량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화장품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태평양은 지난해 고급 브랜드인 ‘설화수’와 ‘헤라’에서만 전체 매출의 50%를 올렸다. LG생활건강 역시 고가군인 ‘후’와 ‘오휘’브랜드의 신장률이 지난해 80%를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출시한 국내 최고가인 60만원대 크림 ‘환유고’는 VIP 고객 1,000여명에게만 홍보 전단을 발송했으나 한달 예상치인 초도 물량 500여개가 발매 2주 만에 매진됐다. 백화점 신사복 매장에서 130수 소재의 옷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남성의류에서도 고급화 추세가 진행중이다. 보통 150수가 대부분이며 150만원대 이상의 170수 이상 고급 양복이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170수 이상 상품은 10%대에 불과했다. 주력 판매가도 85만대부터 10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모 100% 상품이 대부분인 코트의 경우도 점차 캐시미어 고급품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악어가죽 핸드백 전문브랜드인 줄리아나 테소와 콜롬보 매장에서는 900~1,000만원 가방이 하루 3~4개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고, 시계도 1,000만원을 호가하는 상품이 100만원대 제품 판매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석도 갤러리아백화점의 경우 300~800만원 귀금속이 많이 팔렸으나 지난 연말부터 1,000만원대를 훌쩍 넘는 다이아몬드 셋팅 목걸이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이희준 현대백화점 영업전략실 마케팅팀장은 “고가의 제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3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한 신규브랜드 입점과 VIP마케팅을 강화해 현재 분위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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