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중장기 외화차입 쉬워졌다

신인도 개선…외국銀 "빌려주겠다" 줄서해외 은행들이 국내 우량 시중은행에 중장기 외화자금을 서로 빌려주겠다며 줄을 서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이 풍부하고 신인도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98년 이후 처음 시도된 시중은행의 3년물 차입이 초과 모집돼 성황리에 끝났고 1~2년물 차입비용도 지난해 말 대 비 0.1~0.2%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주 신디케이션(대주 모집)이 끝난 주택은행은 당초 2억9,500만달러를 빌리려 했으나 외국 은행들의 오퍼가 쇄도하는 바람에 금액을 3억5,000만달러로 증액했다. 주택은행은 1년물 1억4,500만달러, 2년물 1억달러, 3년물 5,000만달러를 목표로 잡았지만 이 중 3년물에만 1억3,000만달러의 대출공여신청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또 2년물 역시 1억6,000만달러가 모집됐다. 이에 따라 주택은행은 1년물 3,000만달러, 2년물 1,500만달러, 3년물 1,000만달러 등 총 5,500만달러를 증액해 차입하기로 했다. 주택은행의 차입비용은 1년물 리보+1.15%, 2년물 리보+1.35%, 3년물 리보+1.475% 등으로 1~2년물의 경우 지난해 말에 비해 0.1%포인트 이상 가산금리가 낮아진 것이다. 시중은행이 3년만기 외화자금을 차입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까지만해도 대부분의 외국 은행들이 우리나라 은행에 대해 중장기 자금 대출을 꺼려 외화조달 구조가 1년만기 위주로 편중돼 왔다. 주택은행의 성공에 힘입어 한미은행도 2년·3년만기를 섞어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를 신규 조달하기 위해 시티·스탠더드차터드은행 등과 협의 중이다. 한미은행 역시 돈을 빌려주겠다는 외국계 대주(貸主)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차입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외국 은행들이 「티어-원 그룹(우량은행그룹)」에 꼽고 있는 신한은행도 최근 3년짜리 자금을 가져다 쓰라는 오퍼를 여러 곳에서 받고 있다. 그중에는 이번 주택은행의 3년물 조달금리에 비해 0.1~0.2%포인트 낮은 리보+1.3% 안팎의 금리를 제의한 사례도 있었다는 전언. 특히 네덜란드계 라보은행 등 세계적으로 보수적인 은행들마저 최근 조흥은행 등에 외화를 빌려주고 신용공여 한도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국 은행들이 한동안 꺼렸던 중장기 자금을 빌려주려고 하는 것은 최근 국내 은행들의 외화사정이 좋아져 외채상환을 서두르고 있는데다 우리 경제가 안정궤도에 진입, 전반적으로 신인도가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거꾸로 차입비용의 하락을 기다리며 중장기 자금차입을 자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무디스·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등이 신용등급을 추가로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등 조건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서둘러 장기자금을 빌려 비싼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3/1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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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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