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융과 산업자본의 분리원칙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은행장들도 이에 가세했다. 시중 은행장들은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입을 허용해도 부작용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은행 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총재 초청으로 17일 열린 월례 금융협의회에서 은행장들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나 기업의 매각과 관련해 현재 국내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으므로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금산 분리원칙의 폐지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은행장들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원칙은 경제환경과 기업의 경영행태가 크게 달라졌으므로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입 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은행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은 한국과 미국 두 나라만이 철저한 분리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은 금융전업자본이 발달해 큰 문제가 없는 반면 한국에서는 금융전업자본이 취약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장들은 그동안 한은의 금리정책이 시장과 호흡을 같이하며 추진돼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이 높아졌으며 그 결과 정책금리 인상에도 장기금리가 떨어지고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 차례의 콜금리 인상으로 자금 단기화 문제가 개선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금을 부동산 시장에서 중소기업 대출 쪽으로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강정원 국민은행장, 황영기 우리은행장, 김종열 하나은행장,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최동수 조흥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장, 강권석 기업은행장, 정용근 농협 신용대표이사, 장병구 수협 신용대표이사, 이윤우 산업은행 부총재, 김진호 수출입은행 전무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