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열리는 ‘비보이유닛’을 주최하는 박세준 지코프(G-Corp) 대표(35)는 지난 2001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비보이 대회를 기획한 사람이다. 또한 매년 독일에서 폴크스바겐 후원으로 열리는 세계 대회 ‘배틀오브더이어’ 한국 예선을 진행하고 국내 우승팀을 독일 본선에 출전시켜 한국 비보이의 실력을 세계에 알린 1세대 기획자다. 박 대표는 비보이를 그저 거리 아이들의 춤으로 바라보던 6년 전에 이미 비보이의 미래를 예견했을까. 박 대표는 “스피드와 스타일을 추구하는 현대적인 트렌드를 봤을 때 비보이가 언젠가 틀림없이 빛을 볼 날이 올 것으로 생각했다”며 “비보이 대회는 춤과 스포츠가 결합된 형태라 재미가 있고, 때문에 90%이상은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01년 스포츠 마케팅을 하고 싶어 다니던 외주 방송 제작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다. 그리고 무작정 모 스포츠 용품 브랜드를 찾아가 예산 400만 원을 받아 ‘스트리트댄스필드’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를 막고 벌인 이 길거리 댄스 이벤트는 큰 화제가 됐고, 박 대표는 행사 참가한 비보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비보이 대회를 개최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보이유닛’을 명실상부한 국제대회로 키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국가의 대표들은 초청 형식으로 참가했으나 올해부터는 본선 참가 8개팀이 모두 자국 예선을 거쳐 올라왔다. 대회의 규모와 권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향후 ‘비보이유닛’ 본선 무대를 세계 투어 형식으로 진행할 것을 구상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이 주최하는 대회라고 해서 꼭 한국에서 본선이 열려야 하는 법은 없다. 프랑스 등 유럽의 몇몇 나라는 대회 본선을 자국에 유치하는 것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8개팀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경기 방식은 100% ‘배틀’이다. ‘배틀’은 상대한 두 팀이 번갈아가며 기량을 선보여 승부를 가리는 방식.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상황에 따라 어떤 기량을 보이느냐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이라 스포츠 경기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렇지만 비보이도 어디까지나 춤이다. 금메달 따려고 하는 종목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즐기는 춤이라는 게 더 본질에 가깝지만, 한국서는 유독 ‘세계 1등’이란 말이 지나치게 부각된다. 박 대표는 “사실 그런 점에서는 할 말이 없다. 대회 기획 초기, 후원사와 매체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그런 부분을 강조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도 “대회가 활성화 돼야 수준 높은 비보이가 계속 나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