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동북아에 새로운 전쟁이 발발한다. 1월19일은 대한민국의 대표 항만인 부산항의 ‘신항’이 공식 개장하는 날이다. 교전 상대는 지난해 12월 개장한 중국 상하이의 ‘양산심수항’이다. 전쟁은 이미 한창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선박과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 항만간 경쟁은 국가라는 울타리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동일 경제권 내의 항만간 경쟁은 국적을 초월해 더욱 치열해졌다. ‘부산항’과 ‘양산심수항’ 두 거대 항만간의 전쟁 결과에 따라 부산항이 지금과 같이 동북아의 환적 중심항만 역할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오래전부터 항만은 수출입화물 수송에 꼭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도로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예산을 투입해 항만시설을 만들기만 하면 이용자인 선박과 화물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항만시설은 항상 불충분했고 항만에서는 배와 화물이 밀리는 체선ㆍ체화 현상도 반복돼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양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항만시설이 부족할 경우는 물론이고 제 아무리 시설이 잘 갖춰졌어도 이용하는 데 불편하거나 이용료가 비싼 항만은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항만 서비스는 더 이상 공급자 위주가 아니다. 이용자인 선사와 화주가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바뀌었다. 이 같은 환경의 변화는 항만 운영자에게도 근본적인 자세 변화를 요구한다. 항만시설을 충분히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좀더 효율적인 항만 서비스와 여러 가지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항만노무공급제도의 개선이나 고객 위주의 마케팅 활동 강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무기가 좋다고 전쟁에서 무조건 승리할 수는 없다. 지휘관의 뛰어난 전략이나 사병들의 드높은 사기 없이 승전이란 있을 수 없다.
부산 ‘신항’ 개장은 승리를 위한 새로운 무기를 지급받은 것에 불과하다. 새로운 시설에 걸맞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상하이ㆍ칭다오 같은 중국 항만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 역시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 항만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북아 물류 전쟁에서 승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