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리빌딩 파이낸스] 남유럽 국채 부실로 '벼랑끝'… 은행 위기 도미노 확산 공포

<3부>'서바이벌 금융게임' 다시 시작됐다 2. 유럽<br>그리스등 유로존 가입에 은행들 '안전자산' 판단<br>대거 국채 매입에 나섰다 위기 터지자 부실 떠안아<br>신용경색 갈수록 악화 최대 3000억弗 손실 전망


지난달 말 영국 런던의 템스강변에 있는 카나리 워프(Canary Wharf) 광장. 이곳에 모인 금융인들은 은행 위기가 전유럽으로 확산될 경우 런던 금융가도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에 짓눌려 있었다. 부서 통폐합과 구조조정으로 실직에 대한 두려움도 배어 있었다. 카나리 워프는 전통의 금융가인 '더 시티(The City)'와 더불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런던을 상징하는 '금융 아이콘'이다. 올드뮤추얼에서 일하는 라지프씨는 "영국을 포함해 유럽 은행들의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미국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을 호령했던 유럽 은행들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푸념했다 ◇유로존 가입이 독(毒)으로 작용=유럽 은행권은 보유 중인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가 부실 덩어리로 전락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리스 국립대에서 만난 야니스 차모르겔리스 국제경제학 교수는 "유럽연합(EU)은 하루빨리 유로본드를 발행해 그리스뿐만 아니라 남유럽 국가와 은행들을 지원해야 한다"며 "자금지원이 늦어질수록 유럽 은행의 골병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91개 유럽권 은행들은 이탈리아 국채 2,890억유로를 갖고 있는 것을 비롯해 ▦스페인 2,652억유로 ▦그리스 833억유로 ▦포르투갈 379억유로 ▦아일랜드 109억유로의 국채를 갖고 있다. 총 6,893억유로에 이른다. 이들 국가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은행들은 그야말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껴안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 유럽 은행이 남유럽 국가들의 부실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안드레아스 리쿠레조스 그리스 신민주당 사무총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가입했기 때문에 강력한 화폐를 사용할 수 있었고 은행과 기업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그리스 10년물 국채는 유로존 가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450bp(1bp=0.01%)나 축소됐다. 남유럽 국가들은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싼 비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유럽 은행들은 남유럽 국가 국채를 안전자산으로 여겨 대거 매입에 나섰다. 하지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유럽 국채가 부실덩어리로 전락하면서 유럽 은행들도 도매금으로 부실화될 위기에 놓이게 된 것.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국채의 60%, 아일랜드ㆍ포르투갈 국채 40%, 이탈리아ㆍ스페인 국채 10%를 헤어컷(채권가치의 평가절하)할 경우 유럽 은행들은 1,249억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총 손실규모 3,000억달러 달할 듯=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확대되면서 은행들 간 불신은 고조되고 신용경색도 악화되고 있다. 그리스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이코노믹리서치센터의 틸레마호스 에스시미아디스 수석 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EU, 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대한 자금지원을 늦출 경우 그리스 은행의 신용경색은 감내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될 것"이라며 "이는 다른 유럽은행으로 도미노 효과를 만들어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8월23일 유럽 은행들이 ECB의 긴급융자제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28억2,000만유로로 평소의 5배를 웃돌았다. ECB는 기준금리(1.25%)보다 훨씬 높은 2.25%의 징벌적 금리를 적용했지만 신용경색에 시달렸던 유럽 은행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자금조달에 나섰던 것이다. 유럽 은행들이 거래 상대방의 리스크(counterpart risk)를 부담하기보다는 낮은 금리를 받더라도 안전한 ECB 예치를 선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유럽 은행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신뢰의 위기는 남유럽 국채 디폴트에 따른 1차 손실에 이어 2차 손실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IMF는 유럽 은행들의 자산가격 하락, 신용위험 상승 등으로 전체 손실규모가 최대 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국책연구소 이오베의 한 관계자는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대거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무역금융 등 핵심 업무도 포기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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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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