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KIC, 메릴린치 추격 매수해 또 손실

올해 734만주 매입 드러나…21억 투자해 잠정 손실액 16억弗로 한국투자공사(KIC)가 2008년 대규모 손해를 불러왔던 메릴린치(BoA에 합병됨)에 올 들어 추가 투자를 했다 또 다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KIC는 21억 달러를 메릴린치에 투자해 5억 달러만 남기게 됐다. 아직까지 주식처분을 하지 않아 실현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외환보유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설립한 국부펀드가 개인투자자 보다 못한 위험 관리로 투자 적정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올 초 BoA메릴린치 주가가 상승세여서 KIC가 상반기 중 734만주를 순차적으로 추가 매입했다” 며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주가가 급락해 KIC가 또 대규모 손실을 입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2008년 1월 이후 지금까지 BoA메릴린치에 대한 KIC의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 76%, 손실액은 16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민의 피땀이 담긴 외화 자산이 대규모로 손실이 났지만 책임지는 관료나 기관장은 없고, 정부나 KIC도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외환보유고 및 공공기관의 여유자금이 늘자 2005년 7월 국부펀드로 KIC를 설립해 해외투자에 나섰다. KIC는 설립 초 선진국 채권 등 안정적 상품에 투자하다 2007년 하반기부터 사모펀드 등 위험성이 높은 상품도 손대기 시작했다. KIC의 첫 공격적 투자 대상은 2008년 1월 20억 달러를 쏟아 부은 메릴린치. KIC는 메릴린치에 투자하며 “투자처를 다양화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도약할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로 파산위기에 내몰린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330억 달러에 흡수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KIC의 메릴린치 지분가치는 반토막 났고 일부 감자로 주식수도 줄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KIC 감사에서 “메릴린치 투자로 8억 달러 이상 손실이 났는데 위험에 대한 별다른 검토도 없었다”며 홍석주 전 KIC 사장에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감독을 태만히 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장급 간부를 엄중 인사 조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KIC는 10달러를 밑돌던 BoA 주가가 20달러에 육박하자 투자손실을 6억 달러 정도로 줄일 수 있는 손절매에 나서는 대신 매입 원가인 29달러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렸다. 결국 주가가 20달러를 돌파하지 못하고 또 미끄러진 뒤 KIC는 오히려 물타기를 통해 투자손실을 만회할 셈으로 올 초 주가 회복세를 틈타 추격 매수라는 우(愚)를 범했다. 하지만 올 1월 중순의 고가는 소위 ‘상투’였다. 이후 BoA 주가는 조금씩 떨어지다 지난 8일 6.31달러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국제투자 경험이 부족한 한계를 감안해도 KIC의 투자행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위기로 외화 한 푼이 금 쪽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KIC는 사실상 혈세로 조성된 국부의 대규모 손실에도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KIC는 감사원이 두 차례나 전 경영진에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라고 했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일축했다. 금융위원회도 감독 태만의 비위전력을 문제 삼아 감사원이 인사 조치토록 한 국장급 간부를 미국 워싱턴 D.C의 세계은행 이사로 사실상 영전시켰다. 이에 대해 KIC는 “건별로 투자 실패를 따져 책임자를 문책하면 소신껏 일하는 사람은 없고 절차만 따지게 돼 세계적 국부펀드를 일굴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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