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통위, 콜금리 인하] “경기부양 불가피론” 급반전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목표를 내리기로 결정한 것은 금융통화정책의 방향이 `안정`에서 `성장`으로 확실히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한달 전만해도 “경기는 저점을 통과했다. 금리를 내려서까지 경기를 부양할만한 상황이 아니며 효과도 의문”이라던 한국은행의 공식 입장이 “돌발 변수들이 등장해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고 180도 돌아섰다. 결과적으로 한은의 금융통화정책과 정부의 경제정책은 `코드`를 맞추게 됐지만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우선 한은은 경기 예측을 급선회한 배경으로 `북핵보유 선언`과 `사스`라는 두가지 돌발변수를 꼽았다. 그러나 충분한 설득력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4%의 성장으로 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경제성장률 마지노선 논리 역시 충분한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안정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할 한은이 이제 막 잡히기 시작한 물가 안정세를 과신해 정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포기함으로써 초래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부양 불가피론`급반전= 박승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왜 한은의 정책기조가 바뀌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박 총재의 주장은 ▲사스가 성장을 0.3%포인트 둔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으며 ▲이 경우 4.1%로 잡았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다시 3%대로 떨어질 게 확실하고 ▲ 3%대로 성장률이 떨어지면 경제활동인구 증가에 따르는 적정수준의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며 ▲따라서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박 총재는 “성장률이 1% 포인트 떨어지면 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져 경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며 “성장이 마지노선인 4%선을 못지킨다면 다른 부문을 희생하더라도 경기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 박 총재는 “설비투자를 유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은행의 가계ㆍ중소기업대출만 450조원에 이르며, 콜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에 직접 반영돼 이들의 금융비용부담을 줄임으로써 소비진작 효과는 충분히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 유동성 함정 등 우려=박 총재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가 몰고 올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은행의 예대금리인하가 이어지고 `실질금리 마이너스`체제가 굳어지면서 노령층의 이자소득이 더욱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확산될 전망이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금융자산 수익률을 넘어서면서 부동산투기를 부추길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잇단 신도시 개발계획가 행정수도 이전 등의 이슈가 중첩돼 있어 더욱 골치 아프다. 이날 금통위에서 일부 위원들은 부동산 문제를 걸어 금리인하에 반대의견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금리는 떨어지는 데 투자는 늘지 않고 있는 일본식의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고 있다. ◇물가는 안심해도 되나=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쪽으로 정책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에는 물가가 안심해도 될 여건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박 총재는 “원유가 하락, 원화 강세 등에 힘입어 물가는 연중 목표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이 예상외로 조기에 끝나고 원유값이 급격히 떨어진 것처럼 세계경제에 어떤 변수가 등장할 지 모른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강한 톤으로 경기부양을 외치다가 다시 `물가`에 돌발변수가 등장할 경우 한국은행은 다시 `안정`으로 급선회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한은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통화금융정책의 위치는 정부를 견제하며 통화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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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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