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부동산시장의 눈치보기가 계속되며 거래실종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호재가 있는 지역은 `더 오른다'며 매물이 없고 대책이 악재로 작용하는 지역은`더 내린다'며 매수세가 없기 때문이다.
전셋값도 부동산시장이 불투명해지면서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재계약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사라졌다.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시장은 추석이 지난 뒤에야 서서히 풀릴 것으로 보인다.
◇ `더 내린다'..매수세 실종 = 11일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8.31부동산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은 호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찾는사람이 없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34평형은 11억원에 육박했던 호가가 지금은 8억원선까지빠졌지만 매수세는 붙지 않고 있으며 가락동 시영1차도 13평형이 4억5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떨어졌지만 매수 희망자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가락동 집보아공인 관계자는 "정부에서 10.29대책 이전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리겠다고 하니 매수세가 붙을 리 없다"고 말했다.
강남권 일반아파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매물이 드물기도 하지만 사려는 사람도 없다.
대치동 선우공인 관계자는 "청실2차 35평형의 경우 호가가 조금 떨어져 8억8천만원 안팎에 매물이 있지만 매수 희망자들은 8억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권과 이유는 다르지만 수도권 외곽 지역도 거래두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수익성이 적다는 판단에 찾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1억2천500만원에 호가하던 안산시 본오동 주공 22평형은 호가를 1천만원 낮춘 1억1천5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고 1억8천500만원에 나왔던 남양주시 호평동 금강아파트 28평형도 대책 발표 이후 500만원이 내린 1억8천만원으로 떨어졌다.
안산 본오동 K공인 관계자는 "여러 채를 가진 집주인들이 내놓은 급매물이 한두 건 정도씩 나오고 있지만 찾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 `더 오른다'..매물 실종 = 8.31대책에서 개발 계획을 발표한 송파신도시 주변과 뉴타운 지역들은 `더 오른다'는 기대감에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송파신도시 인근 거여동과 마천동 일대 아파트는 8.31대책을 전후로 수천만원씩값이 뛰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고 국세청 조사와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등 정부 대책까지 겹치면서 매수세도 줄어 거래가 사라졌다.
상당수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아예 임시 휴업에 돌입한 것도 거래두절 현상에 한몫하고 있다.
거여동 L공인 관계자는 "개점휴업 상태이다보니 가게를 열어봤자 의미가 없어아예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북 광역개발과 3차 뉴타운 지정 등의 호재를 등에 업고 상승하던 주요 재개발지역들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가 상승 기대감에 매물이 자취를 감춘데다 정부가 재개발 입주권에 대해서도주택으로 간주, 과세한다는 발표로 매수세마저 위축됐다.
동대문구 휘경동 새천년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없어 거의 놀다시피한다"고 말했고 영등포구 영등포동 삼성공인 관계자도 "정부의 입주권 과세방침 이후 그나마 있던 매수 희망자도 싹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 전셋값도 거래없는 상승 = 본격적인 이사철이 다가왔지만 전세거래도 없기는마찬가지다.
이같은 현상은 주로 강남권과 분당, 용인 등 올 들어 집값이 급등한 지역들에서나타나고 있으며 집값이 빠질 것이라는 예상에 세 들어 살고 있던 이들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 앉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 51평형의 전셋값은 최근 3천만-4천만원 올라 4억7천만원 안팎을 기록했고 송파구 가락동 삼환아파트 44평형도 2천만원 가량이 뛰었다.
압구정동 D공인 관계자는 "매매에 이어 전세까지 거래가 안되니 정말 문닫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은 거래두절 현상은 중개업자들은 물론 인테리어업체와 이사업체 등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