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금융기법 도입 잇따라은행들의 변화는 투자은행으로의 전환을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찾고 있는 데서도 감지되고 있다.
단순한 예대업무만으로는 수익창출에 한계를 느끼는 은행들이 벤처투자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회사채ㆍABS(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주선 등에 나서면서 새 수익기반 창출에 나서기 시작한 것.
특히 가계금융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금융의 리스크(신용위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이러한 은행들의 업무 전환은 더욱더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은행들은 ▲광주은행빌딩(규모 150억원) ▲삼도빌딩(380억원) ▲유화빌딩 (670억원)등 부동산 매각과 ▲LG칼텍스 합병(420억) ▲분당 정자동 주상복합 프로젝트(1,100억원) 등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금융지원을 해줬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담보를 잡고 돈을 빌려주는 기존의 대출과 달리 사업성 및 미래 현금흐름을 보고 대출해주는 선진 금융기법이다.
인수합병(M&A) 또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 3월에는 프랑스의 비벤디 워터스가 하이닉스반도체의 용수 및 폐수처리시설을 2500억원에 인수할 때 비벤디는 자체자금으로 1,200억원만 투자했다.
나머지 1300억원은 비벤디측 주간사였던 하나은행 등 국내금융기관이 1300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특히 투자은행 업무를 확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재 은행들은 새로운 금융기법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기존의 패턴대로라면 경쟁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장래매출채권 유동화기법. 기존의 부동산 등 유형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과는 달리 미래 발생할 수익(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ABS를 발행하는 형태다.
산업은행이 작년 말 처음으로 포항제철과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현대상선에 대해 앞으로 발생할 운임채권을 담보로 유동화 증권을 발행한 이후 지난 6월에는 월곡4동 힐스빌 아파트를 공사 중인 두산건설에 앞으로 받을 공사대금을 담보로 하는 1,550억원의 매출채권 유동화증권 발행을 주선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현대정유가 향후 3년치 유류공급대금채권 및 대리점 대여금채권 등을 담보로 2,270억원의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4일 두루넷이 장래 회수하게 되는 초고속 인터넷 사용료를 담보로 1,500억원의 차관단대출(신디케이티드론)을 주선한 바 있고 지난달 5일에는 금호산업의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2,000억원의 ABS발행을 공동 주선했다. 이들 은행들은 이 과정에서 발행 수수료와 신용공여 수수료 등을 받게 된다.
이 같은 투자은행 업무는 은행 수익에도 직결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98년 벤처투자업무를 실시한 이후 지금까지 245개 기업에 2,360억원의 투자를 통해 1,954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작년에 투자은행 전 분야에서 700억원을 벌어들였다.
최윤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