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미국 중간선거가 남긴 것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12년 만의 권력 대이동’이라는 말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큼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선거의 후폭풍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실력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경질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 정치인의 약진과 흑인 등 소수인종이나 비주류 계층의 의회 진출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진정한 승자는 여성 정치인이라고 보도했다. 여성 정치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거둔 성과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어 ‘여성의 해’라고도 불렸던 지난 92년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이번 선거에서 여성 정치인들은 사상 최다인 2,433명이 입후보, 이중 상원에 역대 최다인 12명, 하원에는 138명이 당선됐다. 여성 정치인의 중심에는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과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 입성을 앞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원이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이기도 한 힐러리는 이번 선거에서 67%의 득표율로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 여성 정치인들의 의회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은 부패와 스캔들로 신뢰도가 떨어진 의회를 여성들이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수인종이나 비주류 계층이 의회로 점차 진출하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의 디발 패트릭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미 역사상 두번째 흑인 주지사로, 케이스 엘리슨 미네소타주 하원의원 당선자는 미국 의회 사상 첫 이슬람교도로 기록됐다. 민주당 선거 유세전에서 가장 높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배럭 오바마는 민주당의 ‘떠오르는 샛별’로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다. 흑인이며 초선 의원임에도 유세장에서 열광적 인기를 누린 그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급부상한 ‘록 스타’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2년 뒤에 열리는 미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시대적 요구에 따라 앞으로도 여성들과 소수인종의 의회 진출은 더 많이 이뤄질 것이다. 2년 뒤에는 여성 대통령이나 흑인 대통령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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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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