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매금융 무한전쟁 시대로

■ 제일銀 SCB에 팔린다<br>SCB, PB센터 개설등 가계금융 공략 행보<br>은행권 외국계-토종 양대구도 재편도 계속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사실상 제일은행 인수자로 결정되면서 연초부터 금융시장 구도에 일대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은행권 판도가 토종은행과 외국계 은행의 양대 구조로 급속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제일은행까지 영국계인 SCB로 넘어가 외국계의 시장공략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인수전에서 밀려난 홍콩상하이은행(HSBC)도 어떤 식으로든 국내시장 진출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 등 국내 은행들과 외국계 은행이 소매금융ㆍ개인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에서 ‘뺏고 빼앗기는’ 무한전쟁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 이후 7년 만에 4배나 늘어난 외국계 은행의 시장점유율(21%)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CB, 왜 제일은행 인수에 적극적이었나=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SCB는 전세계 50개국에 500여개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은행이지만 아시아ㆍ아프리카 지역에는 이렇다 할 영업망을 갖추지 못했다. 지난 2003년 이후 아시아ㆍ아프리카 등지에서 확장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약점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는 SBC가 제일은행 인수에 ‘풀 베팅’하며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SCB가 HSBC로 기울어진 제일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보면 아시아 지역 영업망 확대가 어느 정도 절박했는지 알 수 있다”며 “제일은행을 아시아 지역 교두보로 삼아 이 지역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영국계인 HSBC는 중국 5대은행인 교통은행을 인수하는 등 아시아 시장 진출에 이미 가속도를 내고 있어 굳이 무리를 해서까지 제일은행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소매금융시장 경쟁 격화될 듯=SCB는 제일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소매금융이 특화돼 있는 점에 주목, 인수에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소매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SCB의 이 같은 전략은 지난해 이후 한국시장에서 보여준 행보에서 관측된다. SCB는 지난해 10월 역삼동에 프라이빗뱅킹(PB) 전용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따라서 소매금융 부문에서 막강한 노하우를 갖춘 씨티그룹과 PB시장 선점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은행권 영업전략과 맞물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게 금융계의 예측이다. 씨티그룹은 이미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재출범시켜 소매금융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SCB가 제일은행을 인수하더라도 자산규모로는 6~7위권의 중소형 시중은행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와 선진 노하우를 접목하면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금융계는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개인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일은행은 최근 3년간 자산구조 조정을 통해 가계금융 부문의 비중을 대폭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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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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