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서 SOC까지 진화 가속<BR>시중 단기자금 늘면서 고객 다양한 수요 반영<BR>은행금리 두배 수익에 주식보다는 안전 '장점'<BR>선박펀드 2,000여억 판매등 시장규모 폭발적
지난해부터 펀드시장에 자급이 급속히 유입되면서 펀드시장에 새로운 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주식형ㆍ채권형펀드가 펀드시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실물투자펀드나 해외펀드들이 대거 출현, 시중에 떠도는 거대한 유동자금을 빨아당기고 있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수익성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많아지고 동시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하는 간접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속하게 팽창하는 펀드시장의 형태변화와 문제점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게재한다.
지난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특법)이 시행된 이후 전통적인 주식형과 채권형 펀드뿐 아니라 부동산ㆍ선박ㆍ원유ㆍ금 등의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신개념 펀드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올들어서는 경매펀드, 기숙사펀드가 출시됐으며 산업은행 등 일부 은행권을 중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하는 SOC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저금리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갈 곳 없는 시중 단기자금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고객들의 수요도 다양해지고 있어 앞으로는 더 많은 종류의 펀드가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현선 신한은행 시너지영업추진부 차장은 “고객들의 니즈(needs)와 시장의 유행이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어 상품을 기획하는 전문가들도 향후 상품 트랜드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당분간은 원금보존을 추구하는 지수연동형예금이나 해외뮤추얼펀드,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지속적인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점도 펀드의 진화를 기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유럽 굴지의 금융그룹인 소시에떼제너럴(SG)이 기업은행과 합작, 기은SG자산운용을 설립했으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도 한국시장에 상륙,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갔다.
앞으로 펀드시장은 실물펀드가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잡으며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펀드는 대부분 시중은행 금리의 두 배에 가까운 수익을 제공하면서도 주식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현재 실물펀드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선박펀드다. 이 상품은 선박이라는 실물자산에 투자하고 수익금을 분기마다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다. 10년 만기 동안 5.8~6.5%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정 수익률에 배당 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있다.
삼성증권이 8호, 대우증권이 7호까지 내놓았으며 양사가 판매한 선박펀드 규모는 각각 1,074억원, 1,200억원으로 총2,274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삼성증권의 선박펀드 경쟁률은 무려 평균 32.6대1이었으며, 대우증권 역시 평균 10대1을 넘었다.
양 사가 선박펀드를 모집할 때 몰린 자금규모만 평균 1조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양사는 차기 선박펀드를 빠르면 내달 중에 다시 출시할 계획이다.
선박펀드와 함께 펀드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또 다른 축은 부동산펀드. 부동산펀드는 투자자금을 자산운용사나 부동산 전문관리회사가 부동산 개발ㆍ시행사 측에 대출해 주거나 관련 유가증권 등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분배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개발사업 등에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투자되지만 빌딩을 매입한 뒤 임대수익을 배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부동산펀드의 또 다른 투자 형태인 경매펀드는 법원주택경매 물건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현대증권이 올 초 판매한 경매펀드에는 판매 10분 만에 1,500억원의 자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인투자자의 자산 포트폴리오 변화, 이에 따른 펀드의 진화로 인해 국내 펀드시장의 규모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개인들의 펀드투자 확대와 함께 오는 2010년에는 국내 펀드시장의 규모가 27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말 현재 펀드시장 규모가 186조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폭발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장근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는 개인들이 적립식펀드나 선박 및 부동산펀드 등 대안투자 펀드 선호현상, 퇴직연금제도 도입 등으로 투자마인드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개인투자자의 인식변화 속도와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2010년까지는 연평균 5조원의 자금이 펀드시장으로 유입, 그 규모가 270조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