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현찰사회를 제안한다

신용카드의 신용이라는 말은 믿는다는 뜻이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고 마땅히 내야 할 돈을 당장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카드에 대한 서로 간의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믿음’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수하고 있을까. 최근에 가족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돈을 냈더니 5%를 깎아줬다. 현금으로 내면 그렇게 해준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신용카드에 들어있는 신용을 얻기 위해 평소 5% 정도 지불해왔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비스나 물품을 제공하는 쪽에서 봐도 지불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특히 소상공인들 사정은 심각하다. 소상공인들에게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3.5%선이다. 지난해 내린 게 이 정도고 그전에는 4.5%선이었다. 지난 2006년 유통ㆍ서비스업체(법인)들 영업이익률은 5.1%였다.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대량 주문 등 규모의 경제를 하기 힘든 소상공인들은 기껏 3~4%일 것으로 추정된다. 1년 동안 장사해서 번 돈 만큼을 수수료로 내고 있는 셈이다. 카드를 쓰지 않는 현찰사회라면 지금보다 딱 2배를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는 한달 후에 결제 가능한 외상매출금을 현 시점에서 현금화하기 위해 지불하는 일종의 할인료다. 한 달 할인료가 3.5%니까 연 42%의 할인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은 연 30%다. 소비자건 소상공인이건 이 정도 비용을 지불하면서 신용카드의 신용을 유지해야 되는 걸까. 신용카드가 없어도 우리 신용이나 서로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신용사회 대신 현찰사회를 만든다고 해서 사회 신용이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찰사회가 되면 무자료 거래가 늘어 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할 필요가 없다. 오는 7월부터는 5,000원 미만 현금 결제에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정부가 현금영수증 사용액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조금만 더 해주면 사람들은 김밥 한 줄을 먹어도 현금영수증발급을 요구할 것이다. 신용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현찰사회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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