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결승 매트에 올랐지만 여러 겹으로 테이핑을 한 왼쪽 발등의 통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27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이 열린 팔리로스포츠센터.
한국 여자 태권도의 간판 장지원(25.삼성에스원)의 상대는 국제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20살 풋내기 니아 압달라(미국).
그러나 얕볼 수는 없었다.
장지원은 첫 판인 16강전에서 마리암 바(코트디부아르)와 겨루다 다친 왼쪽 발등 때문에 정상이 아니었고 상대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각오로 덤벼들었기 때문.
1라운드 탐색전이 끝난 뒤 장지원이 틈을 놓치지 않고 짧은 왼발 받아차기를 찔러 넣었다.
2라운드 초반 1점을 추가해 장지원이 2-0으로 앞서고 있던 2라운드 1분10초.
장지원은 '이제 승부를 결정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한번 왼발을 힘차게 돌려찼고 상대는 안면을 얻어맞고 움찔 뒤로 물러섰다.
가중치가 주어지는 안면 발차기로 2점을 더 보탠 장지원은 승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마지막까지 쉽지는 않았다.
3라운드에 들어가자 압달라의 공격이 거세졌다.
한국인 해외사범 김철호 감독이 조련한 압달라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장지원을몰아붙였고 왼발이 온전치 못한 장지원은 계속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다.
4번째 경고를 받아 1점 차로 쭟긴 3라운드 마지막 1분.
한번의 큰 기술이면 승부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장지원은 통증을 참아가면서도 끝까지 특유의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마침내 종료 버저가 울리고 심판이 장지원을 향해 승리의 표시를 가리킨 순간백발이 인상적인 김세혁 대표팀 감독의 품에 달려가 아기처럼 안겨버렸다.
소속 팀 감독이기도 한 김 감독은 장지원을 안고 둥실둥실 춤을 췄고 장지원은곧장 김 감독의 손을 붙잡고 관중석으로 가 태극기를 받아들고는 매트를 돌았다.
'신화의 땅' 아테네에서 한국 태권도가 금맥을 막 캐내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