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 언론이 보는 일본의 「금융개혁」

◎「빅뱅」은 「빅 페인」을 수반한다/작년 11월 규제완화이후 주가지수 20% 급락/은행 재무구조악화… 제2의 금융위기 우려【뉴욕=김인영 특파원】 「빅뱅(big bang)」은 「빅 페인(big pain)」을 수반하는가. 미국 언론들은 지난주 일본의 주가 대폭락을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총리가 추진하는 금융개혁의 부산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일본 정부가 추진한 금융부문 규제완화는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에 찬물을 끼얹었고, 또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시각이다. 90년대 미국 은행의 경쟁력 회복을 모델로 하고 영국의 「빅뱅」이론을 모방한 일본 금융개혁의 위기는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한국판 빅뱅의 추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난주 일본 닛케이 지수는 11%나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하시모토 총리가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완화, 즉 일본판 빅뱅을 발표한 이래 하락폭은 20%에 이른다. 미월스트리트 저널지는 폭락을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발표하자 투자자들이 정부의 지원과 보호로 성장해온 은행에의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사쿠라·스미토모·다이와은행 등 굴지의 일본은행 주가가 빅뱅에 대한 우려로 폭락, 전체 주식시장 침체를 주도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빅뱅은 기관투자가들이 일본 재벌의 지주회사격인 은행을 견제, 보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오랫동안 논의되어온 사안이다. 저널지는 하시모토 정부가 금융기관의 수수료율, 이자율을 자유화하고, 연금시장을 개방하자 투자자들은 은행주를 팔고 보다 성장성 있는 주식으로 투자방향을 전환, 금융주 폭락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악성 채무에 시달리고 있는 은행들이 주가폭락으로 부채를 상환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또다른 금융위기를 초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들은 재무구조를 다른 서방국가 은행의 수준으로 개선해야 당위성이 있지만, 주가가 계속 폭락할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진다는 것. 이 신문은 그러나 장기적으로 하시모토의 빅뱅은 일본경제를 건강하고 경쟁력 있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지도 하시모토 총리의 빅뱅이 금융주 폭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가 기관투자가들에게 주식시장의 부양을 요구해도 이는 규제완화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기관투자가들이 더이상 정부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지는 일본 금융위기가 세계 자본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지만, 그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이 방대한 양의 자본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국제적 유통성이 있는 자본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일본 금융시장의 위기에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즉 경기가 과열됐을때 적절히 진정시키지 못한 점, 적정한 경제전망을 내리지 못한 점, 규제완화의 부정적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점 등이 오늘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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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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