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 대통령 APEC 참석·동남아 순방 결산

◎경제·안보분야 현안 해결/아태지역협력 주도적 위치 재확인/베트남·말연 진출 교두보 구축 성과【콸라룸푸르=우원하】 김영삼대통령의 8박9일간에 걸친 동남아 순방 및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은 여느 해외 방문과는 달리 경제와 안보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현안들을 해결하는 노정이었다. 이번 동남아 순방의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성과는 두가지로 요약할수 있다. 첫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 확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다자간 지역협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대통령은 27일 상오 수행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APEC정상회의에서 우리는 APEC창설을 주도한 나라로서 회원국들간의 공동체를 건설하고 향후 발전을 이루기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한국은 APEC회의에서 APEC교육재단 사무국을 유치하기로 했으며 역내 정보화를 위한 아태정보통신기반구조협력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두번째 경제적 성과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 필리핀, 호주 등 개별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을 통해 해당국 시장진출확대 등 경협증진방안을 논의해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인해 수행경제인단의 시장개척활동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베트남 방문에서는 원자력협정과 증권거래소 설립지원 약정서를 체결했고 우리 은행의 하노이 지점 설립 인가를 따냈다. 이같은 세일즈 외교의 연장 선상에서 양국은 베트남이 한국의 발전경험을 공유하면서 한국은 이를 통해 거대한 잠재력을 보유한 인도차이나 지역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동남아시아의 성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신흥공업국인 말레이시아 방문을 통해 그동안 한국기업에 대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가졌던 일부 냉소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고 양국간 경협 증진은 물론 다가오는 아태시대에 양국이 지역협력을 주도하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자는데 합의했다. 말레이시아는 승용차, 가전제품 등의 품목에서 우리의 동남아 주력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말 세기적 대역사가 될 메콩강유역개발과 범아시아 철도망건설사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말레이시아와의 상호협력합의도 귀중한 성과다. 한편 김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최근 잠수함 사건으로 고조된 한반도내의 긴장을 합리적으로 풀수 있는 국제적인 환경과 여론 조성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안보 측면에서의 큰 성과다. 김대통령은 APEC참석기간중 클린턴 미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문제에 대해 확고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북한문제를 놓고 다소의 시각차를 보였던 양국은 공동 언론발표를 내고 「잠수함 사건의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수락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북한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기자간담회에서도 김대통령은 『수락할 수 있는 조치라는 표현은 우리 국민이 수락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 기자간담회 일문일답/경수로지원 북 사과 없인 불가능/미국과 직접 대화 망상 버려야 김영삼 대통령은 27일 상오 숙소인 콸라룸푸르 시내 힐튼호텔에서 수행기자들과 조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동남아순방 결과를 평가했다. 다음은 김대통령과 수행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요지. ―지난번 워싱턴 포스트지 회견에서 북한에 대해 강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와 다른 것이 있습니까. ▲그대로 클린턴 미국대통령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클린턴대통령도 분명히 내 얘기를 이해했습니다. 강하고도 확실한 입장을 전했습니다. ―이번 결과는 종전의 입장에서 후퇴하거나 양보한 것은 아닙니까. ▲전혀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일체 없습니다. 양보할 성질이 못되지 않습니까. 장교로 구성된 정규군인들을 태운 잠수함이 처음으로 직접 상륙했고 중무장하고 내려와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강원도 일대는 준계엄상태에서 생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경수로 지원 문제만 해도 신변보장이 안되고 사람을 살상하는 판에 누가 누구를 보낼 수 있겠습니까. 사과와 재발방지에 관해 확실한 보장이 없는데 북한에 누구를 보내서 공사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많은 비용을 국민이 내려고 하겠습니까. ―북한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지금 우리는 역사이래 최대의 풍년이지만 북한은 또 흉년이 들어 벌써 쌀이 없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굶주림 뿐이며 과연 북한이 얼마나 지탱할 수 있는지는 시간문제입니다. 북한은 이제 붕괴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잠수함 침투같은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도 그런 초조함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귀국후 여야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할 것인지요. ▲그 이야기는 오늘은 하지 맙시다. ―4자회담 성사전망은 어떻습니까. ▲세상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북한입니다. 그래서 전망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과와 재발방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이 안되면 4자회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입니까. ▲사과와 재발방지가 선행되는 방법이 옳지만 4자회담에 나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두가지 방법을 다 제시한 것입니다.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경협지원 등이 풀리게 됩니까. ▲북한이 쓰는 용어와 태도에 모든 것이 달려 있습니다. 「아」하고 「어」하고 다른 것입니다. 북한이 하는 행동과 걸음걸이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콸라룸푸르=우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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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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