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용암과 바다의 격렬한 몸부림… 자연이 빚어낸 제주의 속살은

태초의 신비 깃든 제주 지질트레일 코스

산방산, 80만년 전 느리게 용암 분출… 곳곳에 구멍… 주상절리 일품

용머리해안, 흘러나온 마그마, 파도와 만나 시루떡 같은 수평절리

산방산은 해발 398m의 종 모양 화산으로 조면암으로 이뤄져 있다.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머리 해안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화산폭발로 흘러나온 마그마에 의해 탄생된 후 파도에 의해 변형된 땅과 바다의 합작품인 셈이다.

제주에 들어갈 때마다 비행기 창밖을 내려다보면 초록색 융단을 뒤집어쓴 파라솔 같은 모습의 섬이 눈 안으로 들어온다. 하늘로 향한 제주의 민낯은 그저 녹색으로 고요하다.

하지만 평화로운 녹색의 풍광은 그저 한 꺼풀일 뿐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 열 두곳을 방문하면 그곳에는 화산이 뿜어낸 마그마와 그 뜨거움을 받아낸 바닷물이 합작한 격렬한 대지의 태동이 남아 있다. 제주가 아름다운 섬인 이유는 5성급 호텔과 리조트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태초의 몸부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주 나들이는 1만8,000년전부터 1,000년전까지 뜨거운 지질활동을 인정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과 제주관광공사가 새롭게 개발한 트레일코스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뛰어난 경관뿐 아니라 화산활동 흔적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어 학술적으로도 연구가치가 높은 섬이다. 유네스코는 이를 인정해 지난 2010년 섬 전체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그중에서도 경관이 빼어난 한라산·만장굴·성산일출봉·천지연폭포·중문대포주상절리대·산방산·용머리해안·수월봉 등 9곳은 명소로 지정돼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GGN)에 가입됐을 정도다.

◇산방산=산방산은 해발 398m의 종 모양 화산으로 조면암으로 이뤄져 있다. 다른 암석보다 무른 조면암인 까닭에 산방산은 침식이 빨리 진행되고 있다. 산방산이 종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조면암이 점성이 높아 80만년 전 화산이 분출될 당시 용암이 흘러 넘치는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방산에서는 잘 발달된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으며 거센 바람과 해수 탓에 암석의 약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 곳곳에 구멍이 나 있는 치즈 모양의 풍화혈 구조를 볼 수 있다. 산방산이라는 이름도 산에 구멍 뚫린 방이 많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산방산은 흘러내린 땀을 훔치지 못해 생긴 듯한 수직의 주상절리를 관찰할 수 있으며 곳곳에는 약한 지반을 뚫고 올라와 기둥 모양으로 굳어진 용암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용머리해안=기자가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 찾았을 때에는 날씨가 궂어 해안길로 파도가 들이쳐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날씨가 쾌청한데다 바람도 잦아들어 해안절벽 밑으로 내려가봤다. 가까이에서 본 용머리해안에는 화산재가 가로로 겹겹이 쌓여 시루떡 같은 모양을 한 수평절리들이 발달해 있었다. 용머리해안은 연약지반이 무너지며 화구가 막히자 마그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분출한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용머리해안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화산폭발로 흘러나온 마그마에 의해 탄생된 후 파도에 의해 변형된 땅과 바다의 합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용머리해안을 아무 때나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용머리해안으로 내려와 구경할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열흘 안팎으로 파도가 높거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안전관계상 출입을 금한다. 관람 시간도 중요하다. 밀물 때는 해안 일부가 바다에 잠기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상승한 해수면은 용머리해안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있다.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쌓여 있는 용머리해안에는 중국 풍수사 호종단에 관한 전설도 함께 깃들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중국 황제는 당대의 지관 호종단으로부터 제주가 제왕이 태어날 지형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 말에 위협을 느낀 황제는 제주에 가서 지형을 살피고 화근의 뿌리를 근절할 것을 명했다. 이에 호종단은 이곳을 찾아 용머리의 형세를 보고 용의 꼬리와 등줄기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붉은 피가 솟구치며 산방에서는 3일 동안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검은 빛을 띤 인근 해안과 달리 용머리 주변이 붉은 색을 띠는 것은 이 때문이라는 전설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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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물때 확인처 : 용머리해안 탐방안내소 (064)794-2940 국립해양조사원: www.khoa.go.kr

◇지질트레일코스=제주관광공사가 새로 개발한 지질트레일 코스는 A, B코스 두 가지이지만 A코스를 가 로 질러 걷는 시간을 줄인 A단축코스까지 하면 모두 세 가지로 늘어난다.

▲A코스(13.7㎞, 소요시간 3시간30분)

용머리해안 주차장→사계포구→형제해안로 전망대→해안사구와 하모리층→사람발자국 화석→대정향교→코스분기점→산방산 탄산온천→불미마당→베리돌아진밧→조면암돌담→산방산주차장→산방연대→용머리해안주차장

▲A단축코스(11㎞, 소요시간 3시간)

용머리해안 주차장→사계포구→형제해안로 전망대→해안사구와 하모리층→사람발자국 화석→대정향교→코스분기점→조면암돌담→산방산주차장→산방연대→용머리해안 주차장

▲B코스(14.3㎞, 5시간)

용머리해안 주차장→하멜기념비→항만대→소금막→병악현무암지대→사근다리동산→하강물→화순금모래해변→화순리선사유적지→황개천→개끄리민소→수로→곤물→화순곶자왈→홈밭동산전망대→군물→베리돌아진밧→조면암돌담→산방산주차장→산방연대→용머리해안주차장

/서귀포=글·사진 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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