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내년에 더욱 하강할 것이라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았다.
15일 정부당국과 연구기관, 관련 업계에 따르면 KDI는 ‘2005년 경기전망’에서 반도체 값이 내년에 들어서면서 공급과잉 심화로 하향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DI는 “주요 생산업체들이 현재 큰 폭의 생산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내년 중 대폭적인 생산량 증가가 예상된다”며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PC 제조업체들의 재고도 높은 수준을 유지,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KDI의 한 관계자는 “가격만으로 경기를 단정짓기는 힘들다”면서도 “반도체 경기의 정점은 지났고 올해와 같은 경기가 내년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내년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주력 수출제품인 256메가 DDR D램과 256메가 SD램의 평균 가격을 지난해 개당 4.3달러에서 올해는 4.8달러로 상승하다가 내년에는 3.4달러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관측했다. 연 평균으로 29.1%나 떨어진 수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 후행하는 점을 볼 때 내년에 좋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며 “원가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값이 떨어질 경우 전반적인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기관들도 올해 40~50%에 달했던 메모리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내년에 10% 안팎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의 경우 메모리는 -3.6%, D램은 -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30% 정도의 하락률은 원가가 내려가고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 등을 감안하면 개별기업의 이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가격이 올해보다 35% 이상 떨어지는 경우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하강세가 오는 2006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