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극장가도 불황바람 불어오나

연말 대목 겨냥한 영화들 줄줄이 흥행부진<br>'역도산' 서울 주말관객 7만그쳐 "최대이변"

'역도산'이 개봉2주째 박스오피스 5위로 떨어지며 연말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짝 부진인가, 장기 불황의 전주곡인가.’ 불경기 속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극장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여름방학과 더불어 극장가 최대의 대목이라 일컬어지는 연말 시즌이기에 불황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 겨울 영화계의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우리 영화 ‘역도산’을 비롯해 ‘인크레더블’ ‘폴라 익스프레스’ 등 연말 대목을 겨냥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말 극장가의 최대 이변은 ‘역도산’의 부진.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가장 많은 제작비인 110억원을 들인 이 작품은 지난 주말 서울에서 고작 7만 3,000명(전국 25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쳐 개봉 두 주만에 박스오피스 5위로 내려앉았다. 15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는 전국 117만명(서울 25만명). 제작사 싸이더스의 최대 흥행작 ‘살인의 추억’의 기록(전국 500만명)을 깨길 내심 기대했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자체 손익분기점인 전국관객 300만명의 돌파도 어려워 보인다. 개봉 전 일본에 250만 달러에 선판매 돼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개봉 전 쏠렸던 관심에 비한다면 분명 기대에 못 미친 결과다. 역도산의 이 같은 부진에 따라 올 연말 한국 영화 점유율이 올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달 들어 국내 극장가에 선보인 한국영화는 단 3편. 12월 들어 국내 박스오피스 5위권 안에 든 국산물은 역도산이 유일하다. ‘까불지마’는 전국 30만명을 채 동원하지 못했고 지난 주 개봉한 ‘여고생 시집가기’에는 서울 관객이 채 1만명도 찾지 않았다. 연말 극장가 불황이 비단 국산 영화에만 미친 것은 아니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과 ‘폴라 익스프레스’는 각각 지난 주말 서울 관객 10만명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일본 애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서울 15만명(전국 50만명)을 동원해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평소 주말의 흥행 성적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올 연말의 극장가 불황은 지난 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해 12월 개봉했던 ‘반지의 제왕3’과 ‘실미도’는 각각 개봉 첫 주 전국 관객 168만명, 158만명을 끌어들인 바 있다. 이 같은 불황의 움직임은 심상찮다. 9월 이후 국내 극장 관객은 줄곧 10% 이상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 개봉한 ‘어린 신부’ 이후 전국 300만명 이상을 동원한 한국 영화는 전무했고 6월 개봉작 ‘슈렉 2’ 이후로는 국산물과 외화를 통틀어 전국 관객 300만명 이상 동원작이 단 한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우리 영화의 부진이 장기화가 영화제작 전반에 미칠 악영향과 함께 외화의 동반부진이 자칫 국내 극장가의 장기적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영화 관객의 감소세와는 달리 내년 초 극장업계 2위인 롯데시네마가 서울에 입성하는 것을 비롯해 CGV가 향후 3년 내에 극장수와 스크린수 모두 3배 가까이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불황이 장기화된다면 2000년대 초 미국 멀티플렉스의 도미노 도산이 국내에서 재현될 수 있다”며 “새로운 영화수요를 찾으면서 동시에 기존 관객층의 이탈을 막는 게 현재로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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