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을 넘으니 이번엔 준령`
지난달 24일 미국 내 반독점 분쟁을 사실상 마무리한 MS가 이번에는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소송 경고에 발목이 잡혔다. MS는 반독점 분쟁과 관련한 EU측 제재 방침이 나오자 마자 EU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서둘러 불 끄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만일 EU가 반독점 위한 행위를 근거로 MS에 벌금을 부과할 경우 유럽 이외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재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MS, EU의 소송 제기로 큰 손실 전망=EU 집행위는 6일 지난 4년간의 자료 수집을 통해 조사한 결과 MS가 윈도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 오디오 및 비디오 시장에 대해 불공정한 독점을 시도했다고 밝히고 앞으로 두 달 사이에 MS로 하여금 변론의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MS는 오는 10월까지 청문회 개최를 요구, 시청각 소프트웨어인 `미디어 플레이어` 판매의 공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뉴욕 월가의 전문가들은 MS가 EU의 조건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에서의 소송에서보다 무거운 32억 달러 가량의 벌금을 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U 집행위는 그 동안 소비자, 경쟁사,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사한 결과 MS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잡았으며, 1년 후에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미 연방 법무부와 선마이크로시스템스ㆍAOL 등 경쟁사들이 제기한 독점 소송에서 상당부분에서 승소, 분할 위기를 면했지만 이번 유럽에서의 소송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될 전망이다.
◇코드 공개 및 판매방식도 변경 가능성=EU는 2001년 제너럴일렉트릭(GE)의 하니웰 인수, IBM의 불공정 거래에도 제동을 건 바 있다. EU의 기준이 미국 대기업들의 불공정 관행에 제동을 거는 국제 규범으로 사실상 자리잡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소송에는 미국의 경쟁사들이 EU 집행위에 강력한 제재를 요청하며 로비한 것으로 미 언론들이 전했다.
MS는 자사의 미디어 플레이어가 경쟁사의 제품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반박했지만 애플 컴퓨터, 리얼 네트웍스 등 경쟁사들은 MS가 윈도의 지배력을 활용, 자사 제품을 끼워팔기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EU의 결정이 내려지면 MS는 유럽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끼워 팔지 못하며, 유럽 이외 시장에서도 유사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막대한 벌금은 물론 소프트웨어 코드를 경쟁사에 공개하고, 음악 및 비디오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떼내 파는 등 판매방식을 바꿔야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정구영기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