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국을 마음에 담아갑니다"

35개월 임기마친 허바드 주한美대사<br>"민주주의 발전모습 인상적…여중생 사망사건 가장 어려웠던 일"

“정들었던 한국을 마음에 담아갑니다.” 35개월간의 임무를 마치고 다음달 5일 본국으로 돌아가는 토머스 허바드(사진) 주한미국대사는 한국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이 아쉬운 듯 2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한국 언론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가 부임한 날짜는 공교롭게도 미국의 테러리즘에 대한 시각이 급변하고 한미동맹의 변화에 단초를 제공했던 9ㆍ11 테러가 전세계를 강타한 지난 2001년 9월11일. 허바드 대사는 “그날 부임하고 9ㆍ11 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 5분 뒤 한국언론과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회고하며 “9ㆍ11은 미국이 동맹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의 주한대사 재임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의 발전모습. 허바드 대사는 “선거와 대통령 탄핵 등 한국의 민주주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을 목격한 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87년 이후 민주주의의 발전 ▦정부 내 세대 및 다수당 교체 ▦대통령 탄핵 당시 헌법수호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한미동맹과 관련, 허바드 대사는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한미동맹을 지지했고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재편의 필요성을 충족하는 데 협력했다”며 “특히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성사에 많은 도움을 줬고 그래서 우리는 6자회담이 어느 것보다 북핵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한미가 모든 일에 같은 관점을 가질 수는 없다”며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에 대한 위협이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미국인들은 북핵으로부터 더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바드 대사는 “미국민은 9ㆍ11 이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때로는 북한에 대한 한미간 관점이 달라도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는 같기 때문에 6자회담을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각의 한미동맹 균열 지적에 대해 “만약 한미동맹에 균열이 있다면 여론에 그렇게 비쳐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의 카운트 파트였던 외교통상부에 대해서는 “효율적이며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은 조직이지만 한국의 국제사회 역할에 비춰 규모가 작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2년 발생한 여중생 사망사건이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고 밝혔다. 허바드 대사는 “정말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정말 죄송하고 아픈 우리의 마음을 한국민에게 이해시키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대사를 마치고 미 정부를 떠나 민간 분야에서 일할 것이라는 허바드 대사는 두 달간 휴가를 보낸 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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