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제도가 실시된 후 제 때 자료가 나가기는 힘들 겁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브리핑을 해야 하는데 그에 대비해 자료도 저축(?)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새로 실시된 브리핑 제도로 바뀌게 될 공보시스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미 발표 준비는 다 했지만 브리핑에 맞추기 위해 시기를 늦추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 달초부터 정부 부처의 브리핑 제도와 기자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한 `신 공보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실시됐다. 정부가 설명한 도입 취지대로 라면 모든 공개 가능한 정보가 제 때 그리고 제대로 국민들에게 제공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금감원에 20대 그룹의 이자보상비율에 대한 자료를 요구한 후 이를 공개한 적이 있다. 사실확인을 위해 관련 부서에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단 하나. `국회 의원들에게 혼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 권리` 보다는 `괘씸죄`가 더 무섭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인터뷰실에 대해서는 금감위나 금감원 내부에서 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뷰실을 이용한다면 공식적인 취재가 될 수 밖에 없는데 누가 거기에 응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한 과장급 직원의 경우 인터뷰실 면담을 요청했더니 “농담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기며 정색을 하기도 했다. 기자가 인터뷰실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담당 부서원들이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제 채 보름밖에 안된 시스템에 대해 벌써부터 “잘됐다”“잘못됐다”고 평가 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익숙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름동안 국민은 알 권리를 손상 받았다. 그것은 그 누구도 보상해 줄 수 없고 복구할 수도 없는 것이다.
도입한 지 얼마 안됐다고 고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잘못됐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개선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럴 만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공보시스템이 `공보(空報)시스템`이 되지 안길 진심으로 바란다.
<송영규 기자(증권부)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