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안 모씨(56)는 평소 펀드운용에 불만이 많았다. 약간의 여유자금을 주식형 상품에 가입했지만, 펀드매니저가 번번히 매매타이밍을 놓치면서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주식투자를 한 최 모씨(45)는 오랜 경험으로 상승종목에 대한 선구안은 생겼지만, 매도시점을 잡지 못해 수익이 줄어드는 일이 잦아지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런 투자자들한테 꼭 맞는 투자상품이 있다. 주식투자 할 때 본인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고, 종목선정이나 매매타이밍을 전문가에게 위임할 수 있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다.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긴다=주식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필요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원한다. 시시각각 주가가 출렁거리는 상황에서 어떤 종목을 언제 사서 언제 파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말 그대로 증권사의 전담 금융자산관리사(FPㆍFinancial Planner)에게 자신의 돈을 맡기면, FP가 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ㆍ수익증권 등을 하나로 `묶어서(Wrapping)`서 투자를 한다.
지금까지는 증권사가 `이런 종목에 투자하면 좋다`고 권고만 할 수 있었지만, 이 상품은 증권사가 고객의 동의를 받아 자유롭게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투자자는 상품종류만 선택한다=대우 등 4개 증권사가 지난 22일부터 일제히 상품 판매를 시작했고, 동원증권이 27일, 대투와 한투가 11월초 상품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올 연말까지 총 7개 증권사의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대우증권의 `마스터랩(MasterWrap)`은 고객성향에 따라
▲맞춤형
▲리서치형
▲인덱스형
▲안정형
▲혼합형
▲추세형 등 총 6가지로 나뉜다. 최저 1,000만원이상 가입할 수 있고, 수수료는 투자유형에 따라 연 1.5~2.5% 수준이다. 미래에셋은 뮤추얼펀드 최고의 수익률을 내세우며
▲컨설턴트형
▲펀드형
▲맞춤형 등 세가지 유형의 `맵스랩(Maps Lap)`상품을 출시하고, 상품 운용을 담당할 `머니매니저` 제도도 도입했다.
삼성증권의 `삼성랩(Samsung Wrap)`은 미국식 위험관리 시스템을 도입, 안전한 자산관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상품은
▲직접투자형과
▲간접투자형으로 나뉘고 이는 다시 절대수익추구형ㆍ가치투자형ㆍ성장투자형과 안정형ㆍ중립형ㆍ공격형으로 구분된다. LG투자증권의 `윔 랩(Wm Wrap)`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수익률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계획이다. 종목 리서치에 근거한
▲코아플러스형과
▲밸류플러스형, 시장의 흐름을 추종하는
▲마켓플러스형과 고액자산가를 위한 1:1 맞춤형인
▲노블레스 등 4가지 타입이 있다. 27일부터 판매되는 동원증권의 `트루프렌드 랩`은
▲적극투자
▲수익추구
▲안정수익
▲안정선호
▲위험회피 등 5개 상품으로 구성되며, 최저가입금액은 5,000만원이다.
◇가입 방법 간단하다=긴 이름과 달리 투자절차는 간단하다. 증권사 창구를 찾아가 FP와 상담한 후 투자일임계약을 맺으면 된다. FP는 투자자의
▲투자성향과 목적
▲재무상황 등을 확인한 후 개인별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주식ㆍ채권ㆍ선물ㆍ옵션 등에 대한 투자비율을 결정한다. 투자자가 맡긴 돈은 FP가 직접 운용을 하지만, 투자자는 언제든지 자신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 목표수익률은 연 평균 8% 내외다.
◇중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하다=한 번 가입하면 최소 6개월 이상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 장기투자 유도가 목적이고 그 이전에 해지할 경우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돈을 운용할 자산운용전문가는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고, 증권사가 여러 고객의 계약 재산을 통합해 운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
투자대상은 증권거래법상의 유가증권과 증권거래소 선물 등으로 제한돼 있지만 내년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되면 장내외 파생상품 등에도 투자가 가능하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