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귀환이 시작됐나. 북한 리스크, 엔화 약세, 벤치마크지수 변경 등으로 '셀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이 최근 각종 악재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유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투자 패턴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환율환경이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기관투자가들까지 가세한다면 본격적으로 수급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98억원, 코스닥시장에서 518억원을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유가ㆍ코스닥시장 순매수를 이어갔다.
지난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60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997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3거래일 연속 유가ㆍ코스닥시장 동시 순매수를 보인 것은 3월 초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그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중 한 곳에서만 순매수를 보이거나 두 시장에서 동시에 순매도하는 일일 투자 패턴을 보여왔다.
◇동시 다발적 악재 해소 국면=외국인이 최근 매수 우위를 보이는 것은 국내 증시를 압박했던 각종 악재가 어느 정도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수변경에 따른 뱅가드의 물량 조정이 80%가량 진행됐고 북한 리스크도 더 이상 증시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엔화 약세에 따른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악화는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지만 최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급변동에 대한 개입 의사를 밝히는 등 정부가 적극 대응하면서 충격파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속도 감소, 대북 리스크 둔화, 뱅가드 지수변경의 마무리 국면 진입 등이 나타나면서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섰다"며 "한동안 한국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의 귀환이 코스피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뱅가드의 물량 조정이 종목별로 50~80% 정도 진행되는 등 외국인의 매도세는 진정되고 매수세는 다소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증시의 저평가 정도가 사상 최악 수준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과의 갭을 줄이려는 수요가 매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위험자산 투자의 신호탄=증시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외국인의 한국투자 재개의 방아쇠가 됐다고 분석한다. 금리인하 결정이 투자의 중심을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바꾸는 신호탄이 됐다는 해석이다.
실제 외국인은 9일 기준금리 인하 결정 이전까지만 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었지만 금리인하 발표 당일 1,417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하루 뒤인 10일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넘어서자 1,598억원을 순매도해 금리인하 효과를 반납하는 듯 보였지만 13일부터 이날까지 총 4,941억원을 순매수하며 투자를 확대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펀드에 4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이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해외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격 귀환의 열쇠는 환율=증시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투자 유입세를 본격적인 귀환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꼬였던 수급이 어느 정도 개선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자금유입에는 한국 증시 상승의 가장 큰 걸림돌인 엔화 약세 흐름이 가장 큰 관건이다. 또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원ㆍ달러 환율 1,100~1,150원 구간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되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려면 엔ㆍ달러 환율이 궁극적으로 90엔대로 내려와야 한다"며 "경험적으로 볼 때 원ㆍ달러 환율이 1,100~1,150원일 때 외국인의 매수세가 가장 활발했기 때문에 1,110원대인 현재의 환율은 외국인 투자 유입에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