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13일]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의 質' 이야"

지난해 2월 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명섭(가명ㆍ28)씨는 1년 만에 직장을 벌써 두번이나 옮겼다. 첫 직장에서는 취업 3개월 만에 15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이 체불되기 시작했다. 그해 가을 어렵게 회사를 옮겼지만 겨울이 지나도록 하루도 못 쉬는 비인간적인 처우에 건강마저 상했다. 김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주위의 시선이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편견과 쥐꼬리만한 월급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열심히 일해도 월급도 제대로 못 받고 쉬지도 못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손에 흙 안 묻히고 힘든 일을 피하려 한다'는 지청구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4월 고용지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취업자가 40만명이나 늘었고 실업률은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자영업자는 줄어든 반면 제조업ㆍ서비스업 종사자는 증가 일로에 있다. 반가운 일이다. 이제 문제는 다 해결됐을까. 정부는 급한 불을 껐으니 이제 미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중장기 고용전망까지 내놨다. 마이스터고를 강화하고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게 빠졌다. 바로 '일자리의 질'이다. 정부는 마이스터고를 육성해 직업교육을 잘 시키면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한다고 말한다. 현실이 그럴까. 30년 전 실업계 고교를 나온 '명장'들은 내 자식만이라도 손에 기름을 묻히지 않겠다며 대학 등록금을 버느라 피눈물을 흘렸다. 기능인들에게 있어 얇은 월급봉투보다 더 암담한 것은 비전 없는 미래와 기술직에 대한 사회의 냉대다. 기능올림픽 금메달을 따도 취직을 못하는 현실에 대통령이 호통을 쳤더니 몇몇 대기업이 특채를 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것이 기능인에 대한 일반적인 대우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이 고용회의를 주재한 지 벌써 5개월이 지났다. 무수한 말잔치, 서류잔치 속에서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담보하고 기술인을 어떻게 우대하겠다는 내용을 적어도 기자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의 표현을 빌리자면 일선 현장은 정부에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 질이야'라고 외치고 있다. 부디 정부가 고용지표 봄바람에 취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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