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미야 미나미나카노(일본의 신주거단지)

◎구릉지 그대로… “숲속의 주택”/오솔길 같은 진입로 들어서면/빗물 활용한 개울 흐르고/단지곳곳에 복숭아·감·석류나무/폐기물이용 건축… 환경공생 돋보여야산과 구릉지에도 환경공생주택을 짓기 위한 일본의 노력이 드러나 있다. 환경공생주택은 사람이 살만한 곳을 지향하는 일본 신주거문화의 핵심이다. 자연에 충격을 주지 않고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공간이다. 당연히 자연여건을 그대로 두고 주거공간을 만든다. 지난해말 완성된 일본 사이타마(기옥)현 오미야(대궁)시 미나미나카노(남중야)단지는 구릉지를 그대로 살리고 그 위에 들어선 주택단지다. 이는 멀쩡한 산과 동산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성냥갑같은 아파트를 짓는 우리에게 자연을 살리는게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가 산지다. 미나미나카노단지를 통해 우리나라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산지, 구릉지를 개발할 수 있는 방향을 살펴본다. 동경 이케부쿠로(지대)역에서 JR 사이쿄(기경)선을 타고 1시간 남짓 달려 오미야시에 닿았다. 제법 번화한 오미야역에서 택시로 20분 남짓 시가지 남쪽으로 달려 한적한 주택가에 내렸다. 7월말 한낮의 뙤약볕 아래로 야트막한 동산이 보인다. 동산의 서남쪽 경사지에 6개동으로 된 자그마한 저층 아파트 단지가 나무 숲과 어우러져 모습을 드러냈다. 완만한 구릉지 경사면에 옹기종기 들어선 단지 모습이 여느 일본 주택단지와는 다르다. 이 곳이 일본 최초로 경사지를 이용한 환경공생주택 「미나미나카노단지」다. 일본이 경사지를 그대로 이용해 주택을 짓기 시작한 것은 60년대부터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산지가 많은 탓이다. 그러나 실제 경사지에 집을 짓는 경우는 드물었다. 바람과 홍수, 태풍에 취약한데다 건축비도 많이 드는 까닭이다. 자연을 그대로 살리고 주택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90년대 들어 환경공생주택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구릉지나 야산 등 경사면을 그대로 살리려는 노력이 본격화했다. 경사지를 깎지 않고 집을 짓는 것이 환경공생주택의 주제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노력의 첫 열매가 미나미나카노단지다. 95년 사이타마현 주택공사는 일본 최초의 경사지를 이용한 환경공생주택을 짓기로 했다. 입찰에 응한 8개업체 가운데 다케나카 고무텐(죽중공무점)사가 시공업체로 선정됐다. 기존 자연을 가장 잘 살리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96년 8월 완공된 이 단지는 건설성의 환경공생주택 시가지모델사업으로 지정돼 일본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동쪽 단지 입구에 들어서니 서쪽 오르막으로 6개동의 3∼4층짜리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동쪽과 북쪽으로 오르막인 야트막한 동산에 들어서 있어 아파트 진입로가 공원산책로 같다. 경사지로 된 부지 자체가 「자연 속의 집」을 느끼게 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경사지 이용의 장점은 주차장이다. 주차장은 낮은 쪽 동과 높은 쪽 동사이 경사면에 설치돼 있다. 위쪽에서 바라본 주차장은 지하다. 그러나 낮은 쪽 동에서는 이용하기 편리한 1층 주차장인 셈이다. 주차장 위는 잔디로 된 인공지반이다. 이를 통해 녹지와 주차대수를 늘리고 차는 그늘에 둘수 있도록 했다. 단지 가장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개울도 경사지 이용에 따라 돋보이는 부분이다. 경사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물이 흘러내리고 물고기도 산다. 이 개울은 빗물을 이용한 것이다. 단지에 내린 빗물은 투수성 도로와 땅을 통해 지하 저수조에 모인다. 저수조에 모인 물은 한 차례 오물이 걸러진 다음 개울을 순환한다. 지하 저수조에서 개울로 물을 뿜어 올리는 힘은 태양에너지다. 단지 옥상의 태양집열판에 설치된 태양전지가 펌프를 작동한다. 태양전지가 움직이는 펌프는 빗물을 단지 위쪽에 있는 텃밭과 곳곳에 흩어져 있는 나무에도 뿌린다. 이 곳의 나무는 절반 이상이 복숭아, 감, 석류 등 유실수다. 태양열이 온수공급과 난방에 이용됨은 물론이다. 단지내 가로등과 대형시계도 태양에너지로 작동된다. 태양과 빗물로 된 자연자원과 경사지라는 자연여건이 조화를 이루며 환경공생주택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는 놀라울 만큼 세심하다. 건물을 지을 때 꼭 필요한 콘크리트틀용 합판을 최대한 줄이는 공법을 썼다. 공사과정에서 나온 폐기물로 된 진흙을 이용해 벽돌을 만들었고 남은 흙으로 채소밭을 만들었다. 음식쓰레기는 퇴비화기기를 통해 퇴비로 바꿔 텃밭과 나무, 화단에 뿌린다. 퇴비화기기는 2천만원짜리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데다 퇴비로도 사용되므로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는게 사이타마현 주택공급공사 참사 이치카와씨(시천)의 설명이다. 주택내부도 자연을 이용하고 아끼려는 노력이 드러나 있다. 남향으로 돼 있어 겨울에 북쪽 방은 남쪽 방에 비해 춥고 난방효과도 떨어진다. 이를 해결한 것이 「핫 에어사이클」이다. 햇빛으로 따뜻해진 남쪽방 공기를 송풍구를 통해 북쪽방으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주택에서 사용되는 물은 자동 절수시스템에 따라 욕조에서 세탁기로, 세탁기에서 변기로 보내진다. 자연친화와 함께 사람친화도 환경공생주택의 주요한 주제다. 개울을 중심으로 둥글게 늘어선 단지는 동과 동이 쉽게 연결된다.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도록 한 설계다. 노년기 사회를 맞이한 일본의 선택이다. 이 곳 주민들은 단지내 곳곳에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텃밭에서 함께 채소를 가꾸고 개울을 중심으로 펼쳐진 나무그늘과 녹지에서 함께 산책할 수 있다. 사람친화는 단지내 주민끼리만이 아니다. 개울 아래 연못을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은 단지 주변에 사는 사람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이 단지의 27평형(전용면적)의 분양가는 4천3백만엔 정도. 주변 아파트와 비교할 때 5백만엔 이상 비싸다. 그러나 사람과 자연이 어울리도록 한 배려를 감안하면 결코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나라마다 자연여건이 다른 만큼 자연과 어우러지는 주택의 모습도 다양하다. 산지와 구릉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택지자원이다. 이를 훼손하지 않고 주택을 건립하려는 노력은 우리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사람이 살만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다.<동경=이은우 특파원> ◎사이타마현 주택공급공사 이치카와 이사오씨/땅모습 하나까지 자연 살리는데 중점/원형공원·텃밭 등 주민친화위해 조성 『이제 환경공생주택은 일본의 새로운 주택 모델로 자리잡았습니다. 미나미나카노(남중야)단지는 구릉지를 그대로 살리고 환경공생주택을 지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 사이타마(기옥)현 주택공급공사 이치카와 이사오씨(시천 훈)는 미나미나카노단지가 가장 앞서가는 주택단지라는데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나무를 심고 태양열과 풍력을 이용하는데서 땅 모습까지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수준까지 발전했으며 그 대표적인 결과가 이 단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산지와 구릉지를 깎아서 주택을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에 경사지가 많은 만큼 이를 그대로 살리는 주택개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과의 친화는 일본 환경공생주택의 주요한 주제 중 하나다. 미나미나카노단지는 텃밭과 공원, 동배치 등을 통해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단지를 둘러싼 담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이는 단지 주변의 주민들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개울과 연못이 잘 꾸며져 있어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 주민들이 놀러오는 일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가 갈수록 외로워지는 만큼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단지의 설계에서부터 분양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는 『환경공생주택은 시공업체가 만드는게 아니라 주민들이 가꾸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빼어난 환경을 갖춰도 주민들이 수고를 들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얘기다. 이치카와씨는 『주민들이 청소와 잡초관리, 나무 가지치기 등을 자발적으로 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적게 든다』며 이를 환경공생주택이 주민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한 단면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에도 산지가 많으므로 이를 이용해 자연친화형 주택을 지으면 좋을 것』이라며 『국토 모습과 국민들의 정서가 비슷하기 때문에 일본과 한국의 미래주택은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동경=이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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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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