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광적인 살육전이다. 그것이 전쟁의 현실이자, 참모습이다.”닉 보그스 일병은 전쟁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일어난 일은 그로 하여금 전쟁의 비참한 실상을 뼈아프게 체험하게 했다.
제101공정사단 제502보병연대 제3대대 B중대 소속 기관총 사수인 알래스카주 피터스버그 출신의 보그스는 전장에서 적군을 사살하는 것이야말로 군인에겐 더 없는 자랑거리라 여겼다.
지난 5일 카르바라에 진입했을 때 그의 부대는 이라크 병사들로부터 기관총과 로켓추진 수류탄(RPG) 세례를 받았다. 그는 10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 속에서 100파운드에 가까운 장비를 들고 총탄을 피해 건물로 대피했다. 3층 건물 위에 올라간 보그스와 그의 전우들은 카르바라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RPG를 든 한 이라크 사람이 피신하기 위해 거리 아래로 달려가는 것이 목격됐다. 그는 곧바로 사살됐다.
그러나 곧이어 보그스는 기껏해야 10세 정도밖에 안 되는 소년이 골목에서 뛰어나와 쓰러진 전사의 RPG를 집는 것을 보았다. 그는 기관총으로 소년을 사살할 수밖에 없었다. 곧 또 다른 소년이 골목에서 뛰쳐나왔다. 그는 RPG를 집으려 하지 않고, 대신 죽은 아이의 시신을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아무도 소년을 쏘지 않았다.
보그스는 처음에는 자신이 사살한 소년에 대해 생각할 경황조차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악몽 같은 당시의 기억을 떨칠 수 없다고 한 기자에게 털어놨다.
소대장 제이슨 데이비스(25) 중위는 보그스가 사격 직후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보십쇼”라고 찾아왔다며 그가 올바르게 대처했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중위는 보그스가 평생동안 그 소년의 죽음을 기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그스는 그 소년이 무기를 집어와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 것이 안타깝다며 그러나 자신이 취한 조치를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무기가 적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러나 보그스는 “앞으로 더 이상 총을 쏘지 않아도 된다면 좋겠다. 전쟁은 병정놀이가 아니라 끔찍한 살육전”이라고 털어놨다.
<미주한국일보 우정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