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헌재 리(Lee)'가 이상하다

경제부 김영기 기자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은 없다.”(13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이 말을 3번이나 되뇌었다. 국회와 청와대, 과천 정부청사까지 족적이 옮겨지는 곳마다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상반기 내내 “6월 말이면 소비와 투자가 회복될 것”이라던 립서비스의 문구가 이제 새로운 주제로 바뀐 모습이다. 언어의 연속선만을 놓고 보면 이 부총리는 분명 경기 낙관론의 전도사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시장에서는 요즘 “‘헌재 리(Lee)’가 이상하다”는 말을 자주 꺼낸다. 말 한마디로 시장을 휘어잡던 카리스마는 현저하게 퇴색되고 어느덧 참여정부의 ‘코드 전도사’로 변하고 있다는 목소리마저 곳곳에서 들린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개원 연설에서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지 나흘 만에 기자들 앞에서 ‘6% 성장 가능론’을 꺼냈을 때 국민의 심정은 어땠을까.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는 대책들은 어떤가. 중소기업 대책을 내놓은 직후 재경부의 한 간부는 “역사가 평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시장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건설대책에 대해 혹자는 관료의 조급증이 만들어낸 졸작이라는 평가마저 꺼냈다. 이 부총리는 그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돌렸다. 그는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없이 많은 정책을 마련해 시행했는데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정책은 훌륭한데 언론이 소화를 하지 못해 효과가 반감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주말로 예정된 기자들과의 연찬회 이후에는 정책이 의도한 대로 전달될지 궁금해진다. 이 부총리는 ‘입춘(立春) 절기’라는 말도 꺼냈다.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겨울이지만 기후 자체는 봄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낙관론을 재삼 읊은 것이다. 민초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집 밖에는 잔뜩 차디찬 냉기만 흐르고 있는데 봄을 생각하라니. 이러다가 ‘양치기 부총리’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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