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식료품점에 가보긴 했나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정책에 대해 일반 미국 시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뉴욕 퀸스에서 FRB의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골드만삭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출신답게 그는 매끄럽게 FRB의 통화정책이 미국경제 회복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한 것은 식품과 휘발유 값이 왜 오르는지와 얼마나 더 올라갈지였다. 더들리 총재는 다른 많은 공산품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고 전반적인 물가수준은 여전히 안정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아이패드보다 두배나 강력한 아이패드2를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중들은 "아이패드는 먹을 수 없지 않느냐" "마지막으로 식료품점에 가본 게 언제냐"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최근 벤 버냉키 FRB의장이 일년에 4차례 걸쳐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한 것은 소통을 강화해 이러한 국민들의 불신을 누그러뜨리고 정책의 동력을 얻겠다는 차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힘센 중앙은행인 FRB의 콧대는 너무 높았다. 지난 1913년 설립 이후 FRB는 통화정책에 대해 아예 공개하지 않거나 시장이 이해하기 어렵도록 모호하게 하는 비밀주의적 전통을 고수해왔다. FRB의장의 말 한마디가 시장 흐름을 한쪽으로 몰고 갈 위험성을 우려한 것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폐쇄성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금융위기 이후 월가 금융자본들의 탐욕스러운 행태와 이들을 수수방관한 FRB의 무기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우리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FRB의 일방주의적 행태는 더 이상 설 땅을 잃었다. 사실 버냉키 FRB 의장은 모호한 화법을 즐겼던 전임인 앨런 그린스펀이나 엄숙주의자로 알려진 폴 볼커 전 의장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소통에 앞장서왔다. 그는 2009년 "중앙은행은 가능한 한 투명해져야 한다. 이는 민주적인 의무이며 국민과 시장이 정책적 의도를 더욱 명확히 알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임 의장들이 극구 꺼리던 언론매체와의 접촉도 인터뷰와 기고 등 다양한 형태로 해오고 있다. FRB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는 형식뿐 아니라 팍팍해진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을 염두에 둔 정책이라는 콘텐츠가 있을 때 비로소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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